위장 취업 중국인 2명 덜미

韓, 플렉시블 OLED 기술 독보적
中, 양산 엄두도 못 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한국의 수출을 떠받치는 전자산업 기술을 빼가려는 중국의 시도가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인 플렉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훔치려던 중국인 2명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협력자가 아니라 중국인이 직접 기술 빼돌리기 시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형사1부는 플렉시블 OLED 기술 유출을 시도한 중국인 2명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이들이 빼돌리려 한 기술의 가치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의 1차 협력사에 위장 취업해 관련 기술을 파악한 뒤 중국 업체에 넘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형사1부는 올해 3월 ‘첨단산업보호수사단’을 꾸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 유출 범죄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OLED는 한국이 절대적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98.5%, LG디스플레이가 1.4%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메모리반도체와 함께 대표적인 수출 효자 상품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디스플레이 수출 규모는 273억8000만달러로, 이 중 34%인 92억2200만달러가 OLED에서 나왔다. OLED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TV가 늘어나면서 2011년 14%였던 비중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상 최대인 5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도 OLED 덕분이다.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는 중국은 OLED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플렉시블 OLED 양산에 나선 BOE를 비롯해 텐마와 CSOT 등이 수조원을 투자해 생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휘어지지 않는 리지드(rigid) OLED를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 부가가치가 높은 플렉시블 OLED 양산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은 아직 대형 스마트폰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술을 탐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1월에는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대형 OLED 증착 기술을 중국 회사로 유출하려 한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A사 연구원 정모씨와 이모씨 등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중국 정부 차원의 한국 OLED 견제도 시작되고 있다. 6개월째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 공장 건설이 단적인 예다. BOE 등 중국 업체들은 LG디스플레이 OLED의 중국 TV 패널시장 잠식을 우려하며 허가를 최대한 미뤄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한때 “중국에 OLED 생산 기술을 이전하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했다.

노경목/이현진/고재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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