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유로존 경제전망 낮출 수도"

미국 보호주의 정책에 따른 무역 갈등이 확산하면서 국제금융기구 수장부터 글로벌 기업 경영인들에 이르기까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1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 '리스크 목록'이 있다면서 "그 첫 번째는 분명히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으로 시작된 무역 갈등"이라고 지목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CNBC에 무역 갈등으로 우려할 부분은 거시경제 지표상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주체 간 관계를 약화하는 신뢰 훼손의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더 큰 문제가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품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 최근 수년간 성장 개선의 혜택을 본 빈국들이 특히 우려된다"며 "무역장벽과 관세로 고통받는 것은 항상 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이 경기확장을 누리고 있으나 성장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어 IMF가 다음 달 경제 전망치를 '약간'(modestly) 낮출 수 있다고도 말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 기업인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협력 제조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테리 궈 회장은 22일 열린 연차 주주총회에서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시험대는 미중 무역갈등"이라며 "모든 고위 간부가 다양한 계획을 짜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궈 회장은 또한 "그들(미국과 중국)이 싸우고 있는 것은 사실은 무역전쟁이 아니라 기술전쟁(Tech War)"이라며 "기술전쟁은 제조업 싸움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독일 다임러가 20일 미중 관세장벽에 따른 타격을 이유로 올해 실적전망을 낮춘 데 이어 BMW는 관세 인상과 관련한 "전략적 옵션들"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에버코어 ISI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격 기준 최대 수출업체인 BMW는 관세로 9억6천500만 달러(1조1천억원), 다임러는 7억6천500만 달러(8천475억원)의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43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각 기업이 직면한 최대 외부 위험으로 미국의 무역 정책을 꼽은 응답자가 35%에 달했다.

이는 2017년 4분기(11.6%)에 비해 세 배로 늘어난 것이자 2018년 1분기(27%)보다 증가한 것이다.

다른 위험으로는 사이버 공격(21.6%), 소비자 수요(21.6%), 과잉 규제(13.5%), 중앙은행 정책(10.8%) 등이 꼽혔다.

특히 미국 기업인 사이에서 위기감이 두드러졌다.

미 무역 정책이 6개월 안에 각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45%, '매우 부정적' 20%로 나타났다.

이어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은 35%, '긍정적'이라는 답은 0%에 그쳤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 효과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보다 감세 효과가 클 것'이라는 데 60%가 동의한 반면 '감세 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미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을 해칠 것'이라는 데 동의한 비율은 40%에 그쳤다.

미 IT 업체인 몽고DB의 마이클 고든 CFO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인들도 불확실성을 꺼린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확산하고 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일본 제외)는 21일 1.16% 떨어진 685.99를 보여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도 이날 0.80% 내려 8거래일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이 지수는 하루 더 하락하면 지난 1978년 2월의 9거래일 연속 하락기록과 맞먹는 최장 기록이 된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