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신·미디어시장 빅뱅

'파괴적 혁신' 넷플릭스 몸집
단숨에 미디어업계 1위로
위기 몰린 기업들 M&A 사활

디즈니의 폭스 인수 직전에
컴캐스트 뒤늦게 끼어들어
베팅 액수 갑자기 커져
M&A 다음 타자는 CBS
거대 미디어 기업 월트디즈니와 미국 1위 인터넷서비스 및 케이블TV 회사인 컴캐스트가 21세기폭스 인수를 놓고 70조원이 넘는 ‘돈싸움’을 벌였다. 디즈니는 넷플릭스발(發) 미디어 빅뱅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79조원을 제시했고 폭스 이사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최근 미국 기업들은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 흐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유통과 미디어뿐만 아니라 통신과 정보기술(IT), 인터넷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기업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월마트는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제트닷컴을 인수하고 구글과 손잡았다. AT&T가 타임워너와 합병한 것도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디즈니 “폭스로 넷플릭스 잡겠다”

미국 미디어산업은 스트리밍서비스 확산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태풍의 진원지는 넷플릭스다. 자체 콘텐츠뿐만 아니라 제휴한 디즈니 콘텐츠까지 활용해 시장을 넓히면서 어느새 디즈니 몸통을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 가입자가 1억2500만 명에 달한다. 시가총액은 이미 디즈니를 넘어 미디어업계 1위로 올라섰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유튜브(구글)와 아마존 때문에 시청자가 유료 케이블 방송을 해지하고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이 확산되면서 ESPN 등 디즈니 산하 케이블TV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디즈니는 작년 8월 넷플릭스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디즈니는 대신 자체 스트리밍서비스를 출범시키기로 했고, 지난해 12월엔 뉴스 부문을 뺀 21세기폭스 사업을 524억달러(약 58조원)에 사들이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넷플릭스를 뒤쫓는 스트리밍서비스 훌루(가입자 2000만 명)의 지분 30%를 가진 디즈니는 폭스가 보유한 지분 30%를 추가해 60%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영화채널인 FX와 지역 스포츠채널 등 케이블TV 방송국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는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 회사를 스트리밍서비스로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청객 컴캐스트의 ‘돈질’

상황이 이상하게 된 것은 컴캐스트가 갑자기 달려들면서다. 컴캐스트는 코드 커팅의 가장 큰 희생자다. 컴캐스트는 작년 말 디즈니보다 더 많은 돈을 써냈지만, 폭스의 최대주주 루퍼트 머독 일가는 디즈니 측 손을 들어줬다. 컴캐스트는 칼을 갈다가 미 법원이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을 승인한 이튿날인 지난 13일 디즈니 제시액보다 126억달러(약 14조원) 많은 650억달러(약 72조원)를 다시 불렀다.

디즈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19일 기존 인수가보다 35% 많은 713억달러(약 79조원)를 다시 제안했다. 폭스의 기존 부채 138억달러(약 15조원)도 떠안기로 했다. 폭스는 20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어 이를 수용했다. 가장 큰 승자는 머독 일가 등 폭스 주주들이다. 컴캐스트가 달려든 덕분에 189억달러를 더 받게 됐다. 이날 폭스와 디즈니 주가뿐 아니라 패배한 컴캐스트 주가도 올랐다.

미디어 분야의 인수합병(M&A)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CBS와 바이아컴도 삐걱거리고 있지만 합병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도 CBS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경쟁사인 AT&T와 타임워너 딜을 지켜본 버라이즌은 몸이 달아오른 상태다. 낮은 박스 오피스 시장 점유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니픽처스, 제임스 본드 영화 판권을 지닌 MGM 등도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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