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무는 연장근무 불포함…개정법과 모순 피해
'재판거래 의혹' 문건 등장 사건…일각선 "불필요한 오해 부른 판결"

옛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무는 연장근무와 별개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21일 판결은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골자로 새 제도가 시행되는 점을 조화롭게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의 표면적 쟁점은 휴일근무를 연장근무로도 인정해 수당을 중복해 줘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2008년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휴일에 근무한 수당을 더 매겨달라고 낸 소송에 대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몇 시간으로 보느냐였다.

휴일근무를 연장근무와 다른 것으로 본다면 옛 근로기준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 된다.

이는 새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행정당국이 내린 해석이기도 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행정당국의 해석이 맞다고 판단했다.

옛 근로기준법으로는 휴일근무와 연장근무를 달리 봐야 하는 게 법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의 취지나 생활규범에 맞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옛 근로기준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평일 52시간, 주말 16시간 등 총 68시간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법원은 이런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새 근로기준법과의 조화를 고려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규정한 새 근로기준법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30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 2021년 7월1일까지 주당 60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대법원이 옛 근로기준법에서도 휴일근무가 연장근무에 포함되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새 근로기준법의 시행과 모순되거나 차질을 빚게 된다.

법 개정 전의 옛 근로기준법으로도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인데,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법 개정 후에 최대 근로시간이 오히려 60시간으로 늘어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새 제도의 도입 취지도 퇴색한다.

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개정 근로기준법과의 조화를 위해 옛 근로기준법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판결이 결과적으로 의혹을 부추긴 셈이 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법원행정처에서 발견된 의혹 문건 중 하나인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 문건'에는 이날 판결이 내려진 '휴일근로 수당 중복가산 사건 재판'이 언급돼 있다.

문건은 이 재판을 박근혜 정부의 관심 사안으로 분류하면서 '중복가산할 경우 기업의 막대한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대법원 판결 선고를 잠정 보류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건에서 중복가산한다는 것은 휴일근무를 연장근무로도 보고 수당을 더 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다는 의미다.

이 사건의 1·2심은 중복가산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상태였다.

문건에 적힌 내용은 박근혜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판결을 원하지 않는 만큼 법원행정처에서 대법원 판결을 보류시키고 1·2심 판결을 뒤집을 법리를 마련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공교롭게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날 판결은 의혹처럼 1·2심 판결을 뒤집고, 휴일근무를 연장근무와 달리 봐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대법원 판결은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부른다는 주장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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