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취업·사건 부당종결 혐의 전격 압수수색

로펌으로 옮긴 전직 간부 청탁
기업들 차명주식 보유 봐주는 등
조사사건 고발 안하고 축소 의혹

취업 금지된 곳으로 전직
퇴직자 27명 중 22명 로펌·기업行

전속고발권 놓고 檢과 갈등 시각도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전격 압수수색한 20일 세종시 공정위 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간부 간 유착 문제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공정위 현직 간부들이 기업이나 법무법인에 있는 전직 간부의 청탁을 받아 조사 사건을 고발하지 않거나 축소 또는 지연시켜 고발하고, 대가로 퇴직 후 취업이 금지된 업무 연관 기관에 재취업한 의혹 등을 파헤치고 있다. 부영 신세계 네이버 등 공정위가 조사한 기업 사건에서 이 같은 혐의를 잡고서 수사 중이다. 차관급인 공정위 전·현직 부위원장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전·현직 간부 간 유착 문제와 관련해 ‘셀프 개혁’에 들어갔으나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자 검찰이 나서는 듯한 모양새다.

◆부영 사건이 수사의 단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20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심판관리실, 운영지원과(인사팀), 기획재정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기업 사건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는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와 관련한 혐의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퇴직자 재취업에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건도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올초 부영그룹을 탈세,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공정위의 위법 정황을 포착해 수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숨기고 허위 신고한 혐의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지난해 고발하면서 부영그룹 계열사들을 제외했다가 지난 2월에서야 다섯 개 계열사를 고발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계열사들의 혐의와 관련한 주요 조사자료를 검찰에 고의로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공정위가 신세계와 네이버 등 기업 수십 곳이 주식소유 현황 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당 기업을 제재하거나 고발하지 않고 사안을 임의로 마무리 지은 혐의를 포착했다. 신세계는 계열사 세 곳이 이명희 회장 보유 주식을 전·현직 임원 명의로 허위 공시한 사실이 지난해 적발됐지만 과태료·경고 처분만 받고 검찰 고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비리 배후로 지목되는 퇴직 공무원

검찰은 공정위 전직 간부들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해 불법으로 취업한 사례도 다수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공정위 내부에서 불법 취업을 관행처럼 여기며 묵인하거나 오히려 운영지원과 등 관련 부서 등에서 공식적으로 자리를 알선한 정황도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 김학현 전 부위원장 등 전·현직 고위직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 전 부위원장은 2013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을 지낸 뒤 이듬해 부위원장으로 공정위에 복귀했다. 지 부위원장은 2015년까지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에 선임됐다. 검찰은 이날 공정경쟁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도 압수수색해 임원 인사기록 등을 확보했다. 공정위가 불법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 ‘늑장고발’하거나 ‘면죄부’를 준 배경엔 공정위 퇴직자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퇴직자들이 국내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에 고문으로 취업해 공정위의 조사 정보를 미리 접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전·현직 간부 간 유착 문제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왔다. 공정위 근무 때는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다가 퇴직 후 로펌 등으로 이동해 기업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공정위 후배를 상대로 로비하는 관행이 대표적이다.

◆전속고발권 놓고 두 기관 갈등?

이번 수사 배경에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한 검찰과 공정위 간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속고발권은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 관련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검찰은 입찰조작, 시장분할 등의 카르텔(담합)에 대해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한국산업조직학회와 고려대 ICR센터가 공동 주최한 ‘현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반면 공정위는 검찰이 공정거래법 소관 사안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 자진신고제(리니언시)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담합 사건의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형사 고발과 과징금을 면제한다. 김상조 위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금까지 수차례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임도원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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