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신도시 10곳 중 7곳은 '교통 지옥'
신분당선 효과…판교·광교는 집값 '쑥쑥'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한경DB

전철망에 따라 수도권 2기 신도시 집값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개발 15년째에도 2기 신도시 10곳 중 6곳은 전철망이 부족해 서울 주요 도심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30분 넘게 걸린다. 반면 성남 판교, 수원 광교, 화성 동탄 등은 전철을 타고 30분 안에 서울 진입이 가능하다. 이런 차이점이 반영되면서 전철망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집값 차이가 분양 당시 보다 3배 넘게 벌어졌다.

◆서울까지 1시간30분… 교통 지옥

2003년 정부는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에 착수했다. 수도권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일산, 분당, 부천 등 1기 신도시 개발 뒤에도 수도권은 인구 과밀로 골머리를 앓았다. 정부는 성남 판교, 수원 광교, 화성 동탄1·2, 파주 운정, 김포 한강, 경기 양주, 송파 위례, 인천 검단, 평택 고덕국제 10곳을 수도권 2기 신도시로 정했다. 총면적 124㎢에 60만8000가구 규모다. 2007년 화성 동탄1신도시를 시작으로 2014년 양주까지 첫 입주를 마쳤다. 고덕국제, 검단 신도시는 각각 내년과 내후년 첫 입주를 앞두고 있다.

수도권 2기신도시. 국토교통부 제공

그러나 개발 15년 째에도 수도권 2기 신도시 10곳 중 7곳은 여전히 ‘교통 오지’다. 주변에 마땅한 지하철 역 하나 없어서다. 2009년 6월 입주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는 서울 광화문까지 출퇴근 시간이 차로 1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광역버스를 타도 1시간 넘게 걸린다. 경의중앙선 운정역을 이용하면 57분 소요되지만 신도시 동쪽 끝에 있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주변엔 전철 자체가 없다. 대중 교통이 버스 뿐이다. 광역버스 8600번·8601번 등을 타면 광화문까지 1시간을 훌쩍 넘긴다. 공기 지연으로 오는 11월 예정이던 김포도시철도(한강신도시~김포공항) 개통은 내년으로 넘어갔다.

옥정지구와 회천지구로 이뤄진 양주신도시는 2기 신도시 중에서도 교통이 가장 열악하다. 옥정지구는 지하철은 커녕 광역버스도 지나지 않고 있다. 회천지구에는 1호선 덕계역과 덕정역이 있으나 광화문을 가는 데 환승을 두 번이나 해야 한다. 이동 시간도 1시간을 훌쩍 넘는다.

2기 신도시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위례신도시도 교통 지옥으로 불린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복정역이 그나마 가깝지만 신도시 왼편에 치우쳐 있어 역 반대편에 사는 주민은 주로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을 향한다. 교통 불편이 지속되면서 상권 형성은 더디고 아파트값은 판교신도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가 판교신도시에 조성한 66만㎡ 규모의 판교테크노밸리. 한경DB

◆신분당선 연결 지역은 집값 ‘쑥쑥’

같은 2기 신도시인 성남 판교, 수원 광교는 상황이 다르다. 신분당선 하나가 교통망을 크게 개선했다. 신분당선은 황금 노선으로 불린다. 수원, 분당 등 주거 지역과 판교, 강남 등 업무 지구를 한번에 지나서다. 지난 2016년 8월엔 신사~강남 연장 구간도 착공에 들어갔다. 광교역과 판교역에서 강남역까지 소요 시간은 각각 36분, 13분에 그친다.

광교신도시는 신분당선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광교역 뿐 아니라 광교중앙역, 상현역 등 신분당선 3개 역이 광교신도시에 있다. 신도시 중앙에 위치한 덕에 접근성도 뛰어나다.
판교신도시 판교역은 향후 수도권 남북은 물론 동서까지 잇는 교통 중심지로 거듭날 거란 분석이다. 지난 2016년 성남시와 여주시를 잇는 경강선 판교~여주 구간이 개통했다.

뛰어난 교통망 덕분에 이들 신도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광교신도시 ‘자연앤힐스테이트(전용84㎡)’는 지난달 9억5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2012년 3억8000여만원에 분양된 주택형이다. 지난해 2월 거래가격(7억원선)과 비교해도 20% 넘게 뛰었다.

판교역과 가까운 ‘백현2·6·7단지’, ‘봇들마을7단지’ 거래가격은 올 들어 13억원(전용 84㎡기준)을 넘겼다. 2009년 3억8000만~3억9000만원에 분양된 단지들이다.

이에 반해 운정·한강·양주신도시 등의 집값은 전용 84㎡ 기준으로 1000만원 선에 그친다. 대부분 3억원대에 매매가격이 형성돼 있다. 분양가격에 비해 수천만원 오른 게 고작이다. 심지어 동탄2신도시 등에선 분양가 이하 매물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3.3㎡당 아파트 값은 3188만원이다. 광교신도시도 2123만원에 이른다. 파주 운정신도시(1020만원), 김포 한강신도시(1086만원), 양주신도시(1009만원) 보다 최고 3배 가까이 높다.

◆기약 없는 전철 건설계획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에만 급급한 도시개발 방식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선진국에선 전철 도로 등 인프라시설을 먼저 건설한 뒤 집을 짓는다. 우리는 거꾸로 하다보니 입주민들이 입주 초기 큰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뛰어난 서울 접근성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2기 신도시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개발을 시작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착공 조차 못한 전철노선이 허다하다. 정부는 위례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위례신사선, 위례과천선, 위례트램, 8호선 위례역 신설 등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착공한 노선은 하나도 없다. 트램과 위례신사선은 사업성이 부족해 착공 시기 마저 가늠할 수 없다.

양주신도시에 들어설 지하철 7호선 연장선(옥정역) 건설 사업은 지난해 7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나 개통까진 6년이나 남았다. 시공사 선정, 예산 확보 등에 차질이 생기면 개통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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