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으로 호출, 운전 개념 자체가 필요 없어
-이동 중 다양한 컨텐츠 모니터에 표시

폭스바겐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자율주행 EV 세드릭(SEDRIC)을 선보인 것은 지난해 3월 제네바모터쇼 때다. 물론 컨셉트로 등장해 주목을 끌었지만 실제 어떻게 모빌리티 서비스에 활용되고 움직이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저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겼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14일(현지시간) 폭스바겐그룹이 보유한 독일 에라(Ehra) 라이센 주행 시험장에서 처음 경험해 본 자율주행 전기 이동 수단 세드릭은 모빌리티 사회를 확실히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디자인
이미 공개된 것처럼 세드릭은 원박스 일체형 스타일이다. 운전에 필요한 스티어링 휠과 페달 등이 전혀 없는 만큼 앞뒤로 시트를 뒤로 밀착해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그래서 '셀프 드라이빙(Self-Driving)' 개념의 인공지능 이동 수단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차는 스티어링 휠 및 페달 등이 달린 '오토노모우스(Autonomous)'와 세드릭 및 구글의 웨이모처럼 속도와 방향 조작 기능조차 전혀 없는 '셀프 드라이빙 카(Self-Driving Car)'로 구분된다. 국내에선 두 가지를 모두 통칭해 '자율주행차'로 부르지만 엄밀하게 들어가면 둘의 차이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전통적으로 자동차의 제조 강점이 담긴 'Autonomous'와 IT 기업들이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며 추구하는 'Self-Driving Car' 두 가지 모두를 함께 추진하는 셈이다.


세드릭은 하나의 상자 같은 모양이지만 앞뒤 구분은 디자인의 차이로 파악해야 한다. 앞 모습 전광판에 헤드램프 모양의 LED를 넣었고, 뒤에는 일체형 범퍼를 적용해 진행 방향이 구분되도록 했다. 하지만 실내에 앉으면 구분이 쉽지 않다. 마치 KTX의 순방향과 역방향과 같은 느낌이다. 물론 순방향에 앉으면 전방 상황을 볼 수 있고, 투명 모니터에 표시된 다양한 정보도 알 수 있다. 모니터가 투명이어서 전방 상황도 탑승자가 볼 수 있다. 버스의 대형 앞 유리가 일종의 모니터 역할로 생각하면 된다. 전방 상황도 보이는 동시에 정보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 역할인 셈이다. 실제 주행 중에 투명 디스플레이에는 주행 경로가 표시된다. 현재는 초기 단계에서 주행 경로만 나오지만 영화나 드라마 등의 컨텐츠 제공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다.


직접 타본 세드릭 시험차는 4인승이다. 2명이 서로 마주보고 앉는데, 역방향 탑승자는 별도의 모니터 없이 후방 상황만 볼 수 있다. 설명을 맡은 폭스바겐그룹 관계자는 "역방향 상단에도 투명 모니터를 달아 차 안에서 4명이 컨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 주행차인 만큼 현재는 해당 기능이 없지만 적용 여부는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앱호출에 따라 차가 서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탑승 후 순방향 좌석에 앉은 사람이 좌우 좌석 사이에 위치한 'GO' 버튼을 누르면 문이 닫히고 움직인다. 물론 탑승자는 전혀 할 일이 없다. 두 명이 탑승했을 때는 역방향 좌석을 접으면 된다. 유럽 지하철에 흔히 있는 접이식 의자로 생각하면 쉽다.

▲성능 및 승차감
세드릭은 현재 시속 30㎞ 이하 주행으로 설계됐다. 이 속도에서 완벽한 자율주행을 완성한 후 시속 50㎞로 높일 계획이다. 시승은 차선이 없는 범용시험로에서 이뤄진 만큼 라바콘으이 차선을 대신했고, 세드릭이 라바콘 사이를 자율적으로 운행하는 방식이다. 경로 설정을 미리 해놓은 만큼 라바콘 좌우 간격이 일정하게 이동한다. 또한 앱 호출 때 목적지를 미리 설정하는 만큼 탑승자의 역할을 오직 이동 외에 없다. 운전을 할 필요도 없고, 좌우를 살필 이유도 없다. 4명이 동승해 서로 마주보고 앉아 설명을 듣는 게 전부다. 그 사이 세드릭 스스로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내릴 때는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탑승자가 목적지에 도착했어도 전화를 하거나 내릴 준비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해 내릴 때는 직접 '열림'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말한다.


승차감은 편안하다. 일반적인 소형차 정도의 느낌이다. 하지만 승차감은 얼마든지 양산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다. 용도에 따라 승차감 세팅을 달리하면 된다. 예를 들어 다소 먼 이동을 할 때는 대형차에 준하는 서스펜션 튜닝으로 승차감을 주고, 단거리를 자주 오가는 목적이라면 평범하게 세팅하면 된다. 그리고 물류용이라면 굳이 승차감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폭스바겐그룹은 세드릭을 셀프 드라이빙의 플랫폼 표준으로 삼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내년부터 스페인에서 야간 소형 자율주행 물류용으로 세드릭을 도심 내 시험 활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총평
짧은 시험로 시승이었지만 세드릭이 바꿀 미래 모빌리티 사회는 명확하다.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동 수단을 일종의 컨텐츠 제공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의지다. 그러자면 개인 맞춤형이 필수이고, 이 때 필요한 정보는 세드릭 호출 과정에서 습득될 수 있다. 탑승자는 오로지 일정 비용만 내고 이동하면 된다.


물론 상용화로 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셀프 드라이빙 카 운행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고,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구도 지속돼야 한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런 과정을 거쳐 2025년에 세드릭 판매 계획을 세웠다. 물론 폭스바겐그룹 뿐 아니라 토요타 또한 팔렛트 셀프 드라이빙 카를 컨셉트로 선보였고, 영국의 웨스트필드스포츠카는 이미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주차장까지 셀프 드라이빙 카 '울트라팟(Ulyra Pod)'을 셔틀로 활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개발 문제가 아니라 누가 먼저 상용화에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제품 경쟁력의 요소는 단연 '지능의 수준'이다. 얼마나 똑똑한 지능을 갖고 있느냐가 곧 제품력이고, 이동 중에 어떤 컨텐츠를 제공할 것인지가 한 마디로 상품성이다. 더불어 현재는 4인승이지만 앞으로 6인승도 등장해 실내 공간의 변신도 주요 구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세드릭은 미래 이동 수단의 가능성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2025년 상용화 시점이 되면 지능 수준이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지는 만큼 30년 후 폭스바겐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이동 수단으로 주목을 끌 것 같다.

레시엔(독일)=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