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비핵화 조치' 공 넘긴 韓·美
대북 적대 군사행동 해제 통해
北의 신속한 비핵화 이행 유도
상응조치 없으면 훈련 재개 시사

다른 훈련들도 중단 가능성
美 '선의의 대화' 단서 달았지만
내년까지 후속협상 계속되면
KR·FE훈련 등 중단·축소될 수도
작전 수행능력 급속 약화 우려
한·미 군당국이 19일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오래된 요구를 수용해 미·북 대화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 움직임을 가속화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북한이 연합훈련 중단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한·미 동맹과 전시 작전 수행 능력만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94년 이후 첫 연합훈련 중단

한·미 국방부가 이날 UFG 연습을 유예하기로 한 것은 지난 12일 있었던 미·북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평가된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연합훈련을 ‘워 게임(war game)’이라고 지칭한 뒤 “우리가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워 게임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미 동맹의 약화 우려가 나왔지만 24년 만에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연합훈련을 처음으로 중단한 것은 1990년이다. 그해 9월 사상 첫 남북한 총리회담 일정이 잡히자 한·미는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UFG 전신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중단했다. 1992년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남북 상호 핵사찰에 동의한다고 발표하자 팀 스피릿 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듬해 팀 스피릿 훈련이 재개됐다. 한·미는 1994년 10월 미·북 간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네바 합의가 타결되자 다시 팀 스피릿 훈련을 중단했다. 그 이후엔 북핵 상황과 관계없이 연합훈련은 계속했다.

◆모든 연합훈련 중단되나
한·미는 미·북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달아 상황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지도 밝혔다. 한·미 국방부가 이날 ‘훈련 중단’이 아니라 ‘훈련 유예(suspend)’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동시에 한·미는 “후속하는 다른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추가 조치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속 연습은 UFG와 함께 3대 한·미 연합훈련으로 꼽히는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훈련을 말한다. 매년 상반기에 실시되는 KR 연습은 UFG처럼 전시를 가정한 워 게임 형식의 지휘소 훈련이다. KR 연습이 끝나면 열리는 FE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이다.

군 내부에서는 UFG 유예 기간을 ‘비핵화 대화 기간’으로 해석하고 있어 내년까지 대화가 계속되면 3월 예정인 KR 연습과 FE 훈련도 일시 중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3대 연합 훈련과 마찬가지로 전략무기가 출동하는 다른 연합훈련도 일시 중단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핵 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B-1B 전략폭격기, B-52 장거리폭격기 등이 한반도에 출동할 때마다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5월 F-22 스텔스 전투기가 참가하는 가운데 실시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빌미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이번에 훈련 유예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국 비핵화 대화 기간 중 사실상 모든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될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미 연합 작전 수행능력만 급격히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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