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개발왕 김종율의 상가이야기 (1)

한경DB

필자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커피전문점 등에서 점포개발과 부동산법제업무를 14년 동안 담당했다. 점포개발이란 지점을 내려는 곳의 상권분석과 부동산에 대한 권리분석 등을 주된 업무로 한다. 부동산법제 업무는 공실이 생긴 점포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임대차 재계약과 여기에 관련한 소송 등을 맡는 일이다.

이 같은 업무를 맡다 보니 상가투자는 처음부터 매운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투자자들은 토지보다 상가를 어렵게 느꼈다. 터무니없는 가설을 통해 상가투자를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상권을 분석할 때 잘못된 공식이나 이론을 대입하다 보니 문제가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예컨대 상가투자에서 통용되는 공식 중엔 ‘오른 손의 법칙’이 있다. 아래 [그림1]에서 A지점과 B지점 가운데 어떤 곳이 더 뛰어난 입지인지 살펴보자.

그림1

[그림1]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진행하는 사람은 A지점과 B지점의 상가 가운데 어느 곳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을까. 오른손의 법칙의 맹신하는 이들은 B지점의 상가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운동장 트랙이 왼쪽으로 돌게 설계된 것처럼 인간의 심장이 왼쪽에 있기 때문에 생리학적인 면을 고려하면 A지점의 입지가 더욱 뛰어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둘 다 틀렸다. 다시 [그림2]를 보자.

그림2

A지점은 배후 유효수요가 2000가구이고 B지점은 500가구다. 이 경우 화살표 방향으로 진행하는 이들 가운데 A지점 쪽으로 가는 이들이 B지점 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보다 4배가량 많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면 상가투자자들은 어떤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 알아야 할까.

2000가구의 배후 유효수요가 있다면 어떤 업종이 장사가 될 만한지, 어느 정도의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지를 따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500가구의 배후 유효수요를 두고도 어떤 업종이 유망한지, 월세는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좋은 방식이 아니다.

앞으로 연재할 글에선 유효수요별 적정 업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이것이 상가투자를 위한 상권분석의 본질이다. 하지만 좌우의 상가 소매점에 매출이 발생할 본질적인 내용은 무시한 채 단지 ‘모든 조건이 똑같다면’이란 있을 수 없는 전제를 한 접근 방법은 아무 데도 쓸 일이 없는 방식이다.

한 발 더 나가보자. A지점 상가에 계단이 다섯 칸가량 있고, B지점엔 계단이 한 칸이라면 이땐 어떤 상가가 더 좋을까. 2000가구의 아파트 입주민들 입장에선 A지점의 상가는 더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길을 건너 B지점 상가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편하다.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소간의 결점이 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입지가 된다. 이 같은 입지의 상가를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선 잘못된 공식, 아무 데도 쓸 데 없는 한 줄짜리 명제부터 버려야 한다.

글=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정리=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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