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정상회담 이후

올해 첫 NSC 주재…"한·미 연합훈련 중단 신중 검토"

"北 비핵화·체제 보장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을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야"

8월 UFG훈련 중단될 듯
독수리·키리졸브도 중단 가능성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져
대북감시 소홀·안보공백 우려도

< 10년 만에 열린 남북 군사회담 > 1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한 장성급 군사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소장·앞줄 오른쪽)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고 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2007년 12월 이후 10년6개월 만이다. 이날 회담에서 남북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군 통신선 복원과 군사회담 정례화, 비무장지대(DMZ) 내 유해 공동발굴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방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판문점 선언’에 따라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한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군비 감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와 ‘성실한 대화’를 전제했지만,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북핵 폐기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세계인을 전쟁의 위협과 핵·미사일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한 것보다 더 중요한 외교적 성과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남·북·미 모두 확실한 공감대”

문 대통령은 이날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은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라는 안보 과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 번영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핵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온 대북 정책의 전환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은 물론 미·북 관계가 전례 없이 반전되면서 북핵 위협이 줄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의 목표에 대해 남·북·미 모두 확실한 공감대 위에 서게 됐다”고 확언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별도로 대북 군사적 압박의 유연한 변화를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군사적 압박의 변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상호 신뢰 구축 정신’을 거론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했다(3조2항)”고 돼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계적 군축에 주한미군 축소,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젠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한다”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 문제를 거론한 상황이다.

3대 군사훈련 모두 중단되나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뜻을 밝힌 것은 군비 감축의 첫 단계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중단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UFG는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과 함께 3대 연합훈련으로 꼽힌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의 세부 계획을 조율하는 미·북 고위급회담이 내년까지 계속될 경우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도 중지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축소로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역할에 대한 재정립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미·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우리 병사들을 (한국에서) 빼고 싶다”며 철수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북 감시 태세가 소홀해지고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과거처럼 핵 폐기를 미룰 경우 국가 안보는 걷잡을 수 없이 위태로워진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루지 못한 채 남북 관계가 다시 악화되면 한국의 의지에 따라 철수한 주한미군이 다시 배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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