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김동연 부총리와 간담회

38차례나 규제개혁 건의했지만
제대로 풀린 건 없어

규제 완화 대상 정하고
공론화·입법화 등 모든 단계
'하나의 튜브'로 만들어 개혁하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규제를 개혁하려면 규제 완화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규제 완화 대상을 정하고 현실 문제를 분석한 뒤 공론화와 입법화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하나의 튜브’처럼 만들어 한 번에 해결하자는 제안이다. 혁신성장 방법론을 고심하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규제 개혁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관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개혁 프로세스 바꿔야”

14일 기재부와 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15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 부총리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규제 개혁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13년 8월부터 대한상의 회장직을 수행하며 규제 완화와 관련된 건의를 총 38차례나 했지만 실제로 규제가 완화된 전례가 없다”며 “규제 완화의 접근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그는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모든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 규제가 풀리지 않는 문제점을 오랜 기간 고민한 끝에 이 같은 해법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규제 개혁 과정은 △규제 완화 대상 선정 △현실 진단 및 해법 모색 △공론화 △입법 절차 등 전 과정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힐 계획이다. 이해 관계자들의 입김이나 반대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라는 설명이다. ‘규제 개혁 튜브’라는 단어도 박 회장이 직접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동 성향의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정확한 현실 진단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평소 박 회장 철학이 반영됐다는 설명도 나온다. 공론화 절차와 입법 절차를 규제 개혁 프로세스에 포함시킨 것도 정부 주도의 규제 완화 대책에선 볼 수 없던 내용이다.
◆정부-기업 규제 개혁 논의 스타트

박 회장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서울 마곡 연구개발(R&D)단지에서 열린 혁신성장 점검회의에서도 “무엇을 개혁하느냐(what to do)보다 어떻게 개혁하느냐(how to do)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을 계기로 박 회장이 김 부총리를 직접 만나 규제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해 관계자들의 영향을 받는 국회의원을 규제 개혁의 프로세스에 효율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박 회장은 구체적인 규제 완화 대상이나 절차를 정하는 문제는 기재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 성장의 방향타를 잡은 김 부총리도 국내 기업들을 규제 혁신 프로세스로 유인하기 위한 방책을 고민하고 있어 앞으로 논의 과정에 어떤 해법이 나올지 경제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혁신성장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민간 기업들을 규제 완화의 프로세스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논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좌동욱/임도원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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