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구체내용 없다" 증권가 반응 냉담… 철도·건설株 등 급락

외국인·기관, 이달 들어 차익 실현
개미는 현대로템 등 순매수

"당분간 주가상승 쉽지 않아
장기적 관점서 접근해야"
남북한 경제협력 관련주들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 12일 미·북 정상회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증권가 평가에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과열주의보’가 내린 일부 종목에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남북 경제협력 테마가 소멸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계기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대북 제재 완화 필요”

현대엘리베이터는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7000원(14.23%) 하락한 10만2500원에 마감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6.44% 급등했다가 이틀 만에 17.34% 떨어지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현대건설(-8.62%), 쌍용양회(-5.12%), 성신양회(-14.71%), 남광토건(-16.49%), 한라(-11.57) 등 인프라 건설 관련주들이 급락했고 남북 철도 연결 테마주로 거론됐던 현대로템도 12.57% 하락했다. 과거 개성공단 입주업체였던 좋은사람들(-22.01), 재영솔루텍(-4.66%)의 낙폭도 컸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미·북 정상회담이 구체적 내용 없이 형식적 선언에 그쳤다는 해석에 시장의 실망이 컸다”며 “당장 이달 예정된 실무회담들은 경제협력과 무관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 전제 조건인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했던 경협주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정당화되려면 실제 경제 협력의 진전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 도로 사업이나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 사항 확인→유엔 안보리 경제 제재 해제 결의→미국 경제제재 철회’ 등의 단계가 필요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과거 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됐을 때를 돌이켜보면 핵 합의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 결의까지 6개월가량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만 스포츠 및 예술 교류는 경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도 ‘개미’만 눈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소문에 사고 이벤트에 팔라’는 증시 격언처럼 먼저 경협주에서 발을 뺐다. 뒤늦게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은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현대로템(-1876억원), 현대엘리베이터(-481억원), 남해화학(-111억원), 쌍용양회(-89억원) 등 그동안 많이 올랐던 경협주들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기관투자가도 현대건설(-1035억원), HDC현대산업개발(-416억원) 등을 팔았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현대로템(1495억원), 현대건설(1131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남북경협 기대가 최고조에 올랐던 지난 11일 매수했다면 10% 넘게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매도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2일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전날보다 네 배 이상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면 추종 매도가 잇따라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남북경협이라는 ‘재료’기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신진호 마이다스자산운용 에쿼티담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남북경협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며 “경협주들은 검증 단계를 거쳐야겠지만 앞으로 국내 증시에서 중장기적인 테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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