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SI·부동산 비핵심 계열사 팔아라"

공정위 본연의 역할 미흡
시장 역동성 살리기에 집중
M&A 규제 개선 검토

일감 몰아주기 재차 경고

매각 늦어져 논란 지속 땐
공정위 조사대상 될 수도
매각 힘들면 계열분리 해라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김상조 위원장(사진) 취임 1년에 맞춰 ‘1년간 주요 추진 실적’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자료는 15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과 순환출자 해소, 4대 갑질 취약 분야 종합대책 마련·시행 등 재벌 개혁 및 갑질 근절과 관련한 굵직한 실적들을 소개했다. 반면 혁신성장 및 경쟁 촉진과 관련해서는 중소 맥주사 유통망 이용 확대, 양식용 민물장어 치어 수입 연중 허용 등 지엽적인 몇 개 사안만 나열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 본연의 업무인 시장경쟁 촉진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혁신성장과 경쟁 촉진을 위한 규제 개선 및 경쟁법 집행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재벌개혁에 대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비가역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강조해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시장 다이내믹스 살리겠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시장의 다이내믹스(역동성)를 살려야 한다”며 “지난 1년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과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M&A 활성화 등 기존 규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여러 사안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기업벤처캐피털(CVC) 설립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회사로 분류되는 CVC를 일반 지주회사에도 둘 수 있도록 해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와 M&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는 미국 구글, 인텔 등 대기업이 CVC를 설립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거나 다른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유용 행위를 근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산물도매시장, 공동주택 관리·유지보수 등 독과점이 굳어지거나 소비자 불만이 큰 분야는 시장분석을 실시해 경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비핵심 계열사 팔아라” 재차 압박

김 위원장은 “혁신성장을 끌어올린다고 해서 소득주도 성장이나 경제민주화의 속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반드시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경영에 참여하는 직계 위주의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 계열사의 주식만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비핵심 계열사의 사례로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의 업종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가능한 계열분리를 해달라”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갑질 문제와 관련해서는 “반복 위반 신고된 업체는 지방사무소가 아니라 본부에서 직접 관리할 것”이라며 “위반 행위뿐 아니라 해당 신고 업체 행태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 기준에 따라 5~15회 이상 반복 신고된 업체는 총 3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대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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