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만 한다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어"
업계 목소리 듣고 필요한 규제를 적용해야

“규제 당국의 열린 태도가 중요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금지한다면 어떤 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와 글로벌코인평가가 14일 개최한 ‘글로벌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스위스 주크(Zug)주 정부 관계자는 주크주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중심지로 부상한 비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마티아스 미첼(Matthias Michel) 주크 경제부 장관(사진)은 “기업이 활발히 활동하려면 정부가 생태계를 구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필요한 만큼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 이는 블록체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크주(洲)는 블록체인 산업에 △자금세탁 방지방안 △고객 신원확인 △현지 직원 3명 이상 채용 3가지 외에는 특별한 규제를 두지 않고 있다. 또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와 학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운영 중이다. 마티아스 장관은 “산업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TF를 구축했고 이곳에서 규제를 제안하면 주 정부가 검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금지한다면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다”면서 “정부가 열린 태도로 학습한 뒤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크주 공무원들은 블록체인 기업이 백서 등을 가지고 왔을 때 소관이 아니니 다른 부서로 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관심을 갖고 기업들이 해결책을 찾도록 도움을 준다”고도 말했다.

마티아스 장관에 따르면 주크주 정부는 블록체인과 관련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법인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으로 법정화폐 외의 수단도 인정해 신생 기업이 암호화폐를 자본금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등기소에서는 비트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며, 블록체인 기반 개인 아이디 시스템과 투표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마티아스 장관은 “블록체인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 덕에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도 주크로 이사왔다”고 덧붙였다.

주크주 정부가 가벼운 마음으로 블록체인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 것은 아니다. 마티아스 장관은 “정부는 사회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데 블록체인은 중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탈중앙화 기술”이라며 “이 기술이 발전하면 미래에 정부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많은 정치인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이 잠재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위협할 것으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정부가 기여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마티아스 장관은 “지난 1월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연방정부 경제부 장관은 스위스가 암호화폐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선포한 바 있다”면서 “스위스는 각 주가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일종의 탈중앙화된 국가이기에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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