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KCAB인터내셔널

무역위원회 신희택 위원장
법무법인 태평양 임수현 변호사 등
국제 중재 베테랑 '파격' 영입

서울국제중재센터 흡수 통합
최대 8건 동시 심리 가능한
세계적 규모의 시설로 확충

"5년 내 국제중재 200건 이상 유치
중국·북미 시장 등 해외 적극 공략"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내 유일의 상사(상업 활동) 분쟁 해결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KCAB)이 국제중재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한국을 ‘글로벌 톱5 중재 허브’로 키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야심찬 프로젝트를 이끌 주인공은 ‘KCAB인터내셔널’이다.

중재는 당사자 간 합의로 법원의 재판 대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는 분쟁 해결 수단이다. 정식 재판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모든 과정을 비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법정에서 다투는 것보다 효율적인 측면이 많다.

KCAB인터내셔널은 국제적인 기업 간 분쟁이 늘어나면서 국제중재를 원하는 국내외 기업을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개입해 피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하는 등 범정부적으로도 국제중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KCAB인터내셔널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제중재 베테랑 대거 영입

KCAB인터내셔널은 중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외부에서 국제중재 ‘베테랑’을 수혈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10년간 교수를 지낸 신희택 무역위원회 위원장을 초대 의장으로 영입했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근무한 임수현 변호사를 사무총장으로 들였다. 이들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국제통상·투자거래 전문가다. KCAB인터내셔널이 거물급 ‘원투펀치’를 끌어들이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담하고 의욕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무총장직을 새로 만들고 임 변호사를 영입한 데서 KCAB인터내셔널의 ‘야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목소리도 크다.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등 세계적인 중재기관은 사무총장을 두고 있지만 KCAB인터내셔널에는 이러한 직책이 없었다. 사무총장은 중재사건의 전반을 관리하는 등 행정총괄 업무는 물론 해외 세미나 등에 참여해 기업 및 로펌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쳐야 하는 중책을 맡는다.

임 신임 사무총장은 태평양 시절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제적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에는 세계적 법률매체 ‘후즈후 리걸’이 선정한 중재 분야 차세대 리더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KCAB인터내셔널을 이끌 ‘부선장’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원스톱 분쟁 해결 가능한 환경 조성

‘아시아의 국제중재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은 일단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중량감 있는 인물을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도 개편했다.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국제중재 사건을 관리하고 홍보를 전담하는 부서도 신설했다. 대내외적으로 유기적인 대응을 지원하는 한편 빠르고 안정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KCAB인터내셔널은 이번 조직 개편이 새로운 사건 유치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적 인프라도 확보했다. 서울 종로에 있던 서울국제중재센터(SIDRC)를 흡수 통합해 최대 8건을 동시에 심리할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시설도 확충했다. 권희환 국제협력팀장은 “SIDRC를 활용해 KCAB인터내셔널에 유치된 사건을 자체 처리하고, 글로벌 홍보와 국내 교육 활동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원스톱 분쟁 해결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KCAB인터내셔널은 중재산업에 대한 기업의 이해도가 커지고 있어 향후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국제상공회의소(ICC)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이 최근 6년간 국제중재기관에 제기한 사건 수가 200여 건에 달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특히 매해 40건 정도였던 국내 기업 관련 사건이 2016년에는 82건으로 급증했다.

현재 80건 정도인 국제중재 사건 수를 5년 안에 200건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KCAB인터내셔널의 계획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임수현 사무총장은 “한국 관련 사건은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서도 2015년 3위, 2016년에는 4위를 기록했다”며 “이러한 사건들만 유치해도 한국이 아시아의 중재 허브로 부상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KCAB인터내셔널뿐만 아니라 국제중재를 받아온 기업들이 한국 로펌을 이용하기 때문에 국내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법률서비스 무역수지는 10년 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이 중재산업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KCAB인터내셔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법조문 중심의 대륙법 국가지만 판례 중심의 영미법을 공부한 국제 변호사가 많은 데다 한국의 사법부가 중재 판정 집행에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이 편리한 교통 인프라와 풍부한 숙박시설을 갖췄다는 점도 유리한 부분이다.

‘K중재’ 이끄는 KCAB인터내셔널

KCAB인터내셔널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해외 기업끼리의 분쟁도 KCAB인터내셔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KCAB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1개국 17개 도시에서 개최한 기업설명회에서는 변호사 및 기업 관계자가 1500명 이상 참석했다. 올해는 더 많은 국가와 중재 관계자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KCAB인터내셔널은 중국 상하이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외사무소를 통해 중국과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 등을 대상으로 한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설명회가 예정돼 있다. 한국이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국가인 만큼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희환 팀장은 “KCAB인터내셔널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는 중국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해당 국가들에서 사건을 유치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중재제도의 우수성을 해외에 전파하는 이른바 ‘K중재’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향후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국제중재를 할 때 국내 중재제도와 비슷한 절차를 통해 분쟁 해결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에 라오스 등에서 진행 중인 중재분야 법제 관련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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