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향수 강한 구미 등 돌풍…한국당 23개 시·군 중 17곳만 승리
지지세 하락에 갑질 공천 논란으로 민심 싸늘…"변화하려는 노력 필요"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자유한국당 텃밭 경북에서 더불어민주당·무소속 후보들이 전체 선거구 30%가량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당 지지세가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 보인 갑질 공천 논란 등 구태에 싸늘해진 민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14일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한국당 후보가 승리한 곳은 포항 등 17곳이다.

구미, 영천 등 7곳에서는 민주당·무소속 후보가 유권자 선택을 받았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군위와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상주, 청송 3곳을 제외한 20개 시·군에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서 새 인물론 등에 힘입어 이상 기류가 확연히 나타난 곳은 단연 구미다.

박정희 향수로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이는 지역에서 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한국당 이양호 후보를 2%포인트 차이로 꺾고 승리를 움켜쥔 곳이다.

평균 연령 37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인구분포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한국당 책임론, 남북 화해 분위기 등이 장 후보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바른미래당 후보와 공천에 반발해 한국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가 한국당 이 후보와 지지층이 겹치는 것도 원인으로 꼽는다.

장 당선인은 "시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마음을 하늘 같이 받들겠다"고 말했다.

보수색 짙은 울진에서도 무소속 전찬걸 후보가 한국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나온 현 군수를 모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4년간 울진 곳곳을 누비며 바닥을 다진 전 당선인은 "변화를 갈망한 군민의 현명한 판단에 따른 것이기에 군민 모두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정당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주민만 바라보겠다"고 강조했다.

경북 최대 격전지로 꼽힌 안동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영세 안동시장이 민주당 이삼걸 후보, 한국당 권기창 후보, 무소속 안원효 후보와 치열한 4파전을 벌인 끝에 3선 고지에 올랐다.

권 시장은 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안동에 새로운 정치지형을 바꿀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며 "기존 정치권 오만과 독선을 바꾸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밖에 한국당 후보가 당선한 지역에서도 과거와 달리 민주당·무소속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이 펼쳐져 이제는 경북지역에서도 전통적 보수 색채가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텃밭인 경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예전 같은 영광을 다시는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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