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하는 K마이스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마이스 시장 훈풍
연계 상품 개발땐 막강한 경쟁력 갖춰
사드 악재로 얼어붙은 시장에 활기
"한국 바라보는 시각 확실히 달라졌다"

2018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가 14~15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행사 모습. 한경DB

지난달 15~17일 국제 마이스 전문 박람회인 ‘아이멕스(IMEX)’가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전시장.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행사에 참가한 한국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은 행사기간 내내 예정보다 많은 상담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사전에 상담 일정을 확정한 해외 바이어뿐 아니라 현장에서 상담을 요청한 바이어가 수십 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박진혁 서울관광재단 마이스기획팀장은 “매년 이 행사에 참가했지만 올해처럼 상담이 밀려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부족했던 적은 처음”이라며 “대부분 바이어가 남북한 정상회담으로 바뀐 한반도 분위기에 관심을 보이며 기업 행사나 포상관광 단체 일정을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매번 발목을 잡던 북한 리스크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불안한 나라에서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세계 속 코리아의 이미지가 바뀌면서 나타난 변화다.

박진혁 팀장은 “벌써부터 평양과 금강산 등 북한 관광이 언제쯤 가능할지 묻는 사람도 상당수였다”며 “아직 북한과의 교류가 본격화하지 않았고 언제든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고 설명은 해줬지만 확실히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발(發) 사드 역풍에 힘들었던 K마이스

국내 마이스업계는 지난해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았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한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하는 한한령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2016년 중국 아오란그룹의 6000명 단체 ‘치맥파티’에 이어 중마이그룹 소속 8000명의 삼계탕 파티로 호황을 누리던 포상관광 시장은 금세 얼어붙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11만3958명이던 중국인 포상관광 방문은 한한령 조치가 내려진 지난해 1만3572명으로 불과 1년 새 88%나 급감했다. 800개에 육박하던 중국인 포상관광 단체가 148개로 줄면서 50%에 육박하던 중국의 비중은 한 자릿수(7.3%)로 곤두박질쳤다. 김응수 한국마이스협회 회장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한반도 전쟁 위기설까지 더해지면서 예정된 행사가 축소되거나 아예 무기한 연기되는 등 지난해 마이스업계의 고충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고 토로했다.

◆동남아·중동 시장 다변화로 체질 개선
얼어붙은 마이스 시장은 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회복 가능성을 보였다. 북한 대표팀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올림픽을 전후해 중국 정부는 베이징과 산둥, 우한, 충칭 등 일부 지역에 한해 한국 단체여행을 허용하며 관계 회복 의지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관련 업계의 시장 다변화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단체의 빈 자리는 대만, 홍콩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단체로 대체됐다. 이슬람 문화의 특성을 고려한 기도실 설치, 할랄 레스토랑 인증 등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 단체의 방문도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동남아와 중동 지역 포상관광은 2016년보다 40% 가까이 늘어 사상 최대인 13만2252명을 기록했다. 박철범 한국관광공사 미팅인센티브팀장은 “지난해 동남아와 중동 지역의 평균 50명 미만 소규모 포상관광 단체가 2900여 개에 달한다”며 “이들이 1년 내내 한국을 찾으면서 중국 대형 단체에 쏠려 비정상적 구조였던 포상관광 시장의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위기 딛고 재도약하는 K마이스

마이스업계에선 남북 화해 분위기가 한국의 마이스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한 교류 범위가 확대돼 각종 회의와 전시 등의 행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남북 협력이 민간으로 확대될 때를 대비해 개성, 평양 등에서 개최할 수 있는 컨벤션, 전시회 등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킨텍스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개성이나 평양 등에서 전시·박람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와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한 국제행사와 포상관광 단체 유치에도 한국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동안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던 북한 리스크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과 국제행사를 공동 개최하거나 남북 연계관광 상품을 개발할 경우 한국이 개최지로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봉석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독일도 통일 이후 가장 먼저 라이프치히에 전시컨벤션센터를 짓고 전시·컨벤션 행사 등 마이스를 통한 교류와 협력에 나섰다”며 “앞으로 남북한이 교류, 협력을 늘려 나가는 데 있어 마이스가 효율적인 수단이자 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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