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국민의 선택 - 떠오른 대선 잠룡들

박원순, 사상 첫 서울시장 3선
기초단체장 지원으로 당내 입지↑

김경수 'PK 선봉장'으로 與 중심 역할
文정부 지역구도 타파에도 힘실어

원희룡, 보수색 빼고 부동층 표심 잡아
"야권 재편 과정서 큰 역할 할 것"

이재명, 중량감 키웠지만…
여배우 스캔들 등 이미지 타격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13일 유권자들이 서울 잠실본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여야 잠룡(潛龍)들이 ‘6·13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삼아 화려하게 비상했다.

서울시장 3선 고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 보수텃밭인 영남권에 깃발을 꽂으며 전국구로 떠오른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 무소속으로 연임에 성공해 ‘보수의 희망’으로 거듭난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는 남경필 현 지사를 꺾고 20년 만에 경기지사직을 되찾아왔지만 막판 ‘여배우 스캔들’ 파문에 휩싸여 승리에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광역단체장 자리는 지역적 지지기반을 얻을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3선 타이틀

박원순 당선자는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에 오르며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김문수·안철수 후보 등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큰 격차로 꺾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취약한 당내 기반은 박 당선자가 넘어야 할 산이다. 비문(비문재인)이라는 한계를 딛고 당내 지지세력을 얼마나 끌어안을 수 있느냐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작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취약한 당내 기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박 당선자가 이번 선거에서 4년 전과 차별화된 선거 운동전략을 꺼내든 것도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년 전 유세차 없이 홀로 배낭을 메고 골목을 누비던 그는 이번엔 유세차 47대를 동원해 자신보다 더불어민주당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 지원 유세에 집중했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당내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평가다.

◆‘文 복심’서 정치인 김경수로

김경수 당선자는 초선 의원에서 단숨에 광역단체장으로 올라서며 몸집을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그는 이번 선거에서 중앙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부산경남(PK) 선봉장으로 나서며 여권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야권의 ‘드루킹 특검’ 등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50%가 넘는 지지율로 보란듯이 당선됐다. 향후 드루킹 특검 등 검증절차만 통과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인 PK 지역을 기반으로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 승리로 김 당선자는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의 복심’이란 꼬리표를 떼고 ‘정치인 김경수’로 거듭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역구도 타파에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대안’으로 떠오른 원희룡

무소속 신분으로 제주지사 연임에 성공한 원희룡 당선자는 이번 선거로 ‘인물 기근’에 시달리는 범야권의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 당선자는 6·1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난 4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처음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섰다.

원 후보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보수 색채를 빼고 부동층 표심을 잡은 게 ‘신의 한 수’였다는 분석이다. 원 후보의 탈당은 지방선거 이후 벌어질 야권 재편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향후 예상되는 정계 개편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기 위해 당적을 두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지난 4월 탈당 기자회견에서 “야권이 이대로 갈 수가 있겠느냐”라며 “정계 개편에서 역할을 당연히 하겠다”고 말했다.

◆‘상처뿐인 승리’ 이재명

이재명 당선자는 단일 선거구 중 최대 크기, 최다 유권자를 보유한 경기지사직을 꿰찼다.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뚫고 비교적 큰 격차로 당선된 것은 이 당선자의 저력이다. 하지만 선거막판 또다시 불거진 ‘여배우 스캔들’은 향후 이 당선자의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경선 때 불거진 ‘혜경궁 김씨’ 논란에 이어 ‘형수 욕설 음성파일’ ‘여배우와의 스캔들’ 의혹으로 선거운동 기간 내내 곤욕을 치렀다. 사실 관계를 떠나 이 같은 네거티브 공방으로 대권주자로서 이미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당선자가 앞으로 정치 활동에서 사생활과 관련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며 “차기 대선 경선과정에서도 이런 의혹에 대한 공격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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