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핵심동력은 R&D
관련 세제지원 활용 문턱 낮춰
기업 R&D투자 늘리도록 해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새로운 경제 활로를 찾는 우리 경제의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국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관련 12가지 기반기술이 미국, 중국, 일본보다 뒤처져 있으며, 이는 5년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4차 산업혁명의 후발주자라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추격할 수 있는 고성능 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분야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연구개발(R&D)이 핵심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아직 초기단계로 발전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기 힘들며, 고도화된 융합기술이라는 특징이 있다. 앞서 언급한 분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관련해 기업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투자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 시급한 시점에서, 이 같은 기업의 위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의 4차 산업혁명 R&D 지원을 위한 맞춤형 세제지원 제도가 두 가지 있다. 2011년에 도입한 연구단계의 ‘신성장동력·원천기술연구개발비(신성장 R&D) 세액공제’와 2017년에 도입한 투자단계의 ‘신성장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투자(신성장 시설투자) 세액공제’ 제도다. 157개 기술의 R&D 비용에 대해 대기업 기준으로 최대 30%(중소기업 40%)까지 공제해주며 시설투자금액의 5%(중소기업 10%)를 공제해 준다. 일반 R&D 비용 세액공제율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신성장과 일반 R&D 세액공제를 따로 구분해서 이원화된 조세체계를 가진 해외사례는 드물다. 이는 우리 정부가 신성장 R&D에 대해 차별적으로 세제지원을 해주겠다는 의도로 파악할 수 있다. 공제대상 기술 선정 당시 각 정부부처에서 관련 협회와 기업 등 각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조정과정을 거쳐 왔다. 또 축소 추세에 있는 기업 R&D와 시설투자 세제지원 정책기조와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신성장 R&D 세제지원을 활용하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많다. 적용 기술 범위가 한정된 현행 규정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고속도로라 불리는 5G 시설투자나 블록체인 기술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해당 기술에 대한 전담 연구부서를 둬야 한다거나, 매출액 대비 일정비율 이상 지출, 국내 소재 기관에 한정하는 요건 등도 기업들이 공제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세제혜택이 큰 만큼 공제요건을 엄격하게 한 과세당국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기업의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할 부분이 곳곳에 보인다.

경쟁국들은 R&D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은 신기술업종에 대해 법인세율을 낮게 매기고 일본은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했다. R&D는 다른 산업에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있으며 국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기업은 불확실한 R&D 대신에, 필요기술만 도입하거나 모방을 통해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유혹에 시달린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적극적인 세제지원이다. 기업들이 R&D 투자에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지난달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신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정책·입법 권고안을 내놓았다. 정책 리스크 노출에 움츠러들고 있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일로 환영할 만하다. 기업의 R&D 세제지원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국가의 전략적 장기투자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성공한 산업분야 과실은 결국 경제주체 모두가 누리기 때문이다. 산업마다 각기 경기순환이 존재한다. 새로운 유망산업이 추가될수록 불황의 그물망이 촘촘해져 국가 경제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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