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손실가능 구간 진입했다가
최근 만기상환된 투자금 재유입
3월 이후 월 7.5兆씩 발행

홍콩H ELS 비중 60% 넘어
"美 금리인상 후 조정 가능성"
2016년 초 녹인 배리어(손실 가능 구간)에 진입했다가 최근 수익을 실현하고 만기 상환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금이 다시 ELS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월 이후 ELS 발행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ELS에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홍콩H지수가 미국 금리인상 등의 요인으로 대폭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시장에선 ELS 투자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돈 몰리는 ELS 시장

13일 KB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총 34조6543억원어치의 ELS가 발행됐다. 월평균 발행 규모는 6조9308억원으로, 작년(약 6조5179억원)보다 6.33% 증가했다. 3~5월 월평균 발행 규모는 7조5316억원으로 커졌다.

3월 이후 ELS 발행이 늘어난 것은 2016년 초 녹인 배리어를 터치했던 상품들이 3월 이후 잇달아 수익을 내고 상환되면서 여기에 투자됐던 돈이 다시 ELS 시장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한남WM센터장은 “2년 넘게 마음고생했지만 최근 수익을 확정지은 투자자 가운데 그래도 믿을 건 ELS밖에 없다고 생각해 다시 투자에 나선 사람이 많다”며 “이들은 지금 지수대라면 2015~2016년 수준의 홍콩증시 급락이 재현되더라도 ELS 투자로 손실 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H지수는 지난 12일 12,206.57로 마감했다. 녹인 배리어가 기초자산의 55%로 설정돼 있는 ELS에 지금 가입할 경우 홍콩H지수가 6713 밑으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연 7%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2015~2016년 당시 최저점은 2016년 2월12일의 7498.81(장중)이었다.

홍콩증시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다. 무엇보다 상장기업의 실적이 좋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구성하는 40개 종목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4조5864억홍콩달러(약 628조3368억원)로, 작년보다 39.7% 늘어날 전망이다. 이문 안다자산운용 홍콩법인 펀드매니저는 “홍콩은 소매업 판매가 지난 1분기에 5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세를 회복하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로 떨어지는 등 경제 상황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고개 드는 경계론

홍콩 경제는 괜찮지만 몇 가지 요인 때문에 최장 3년인 ELS 투자 기간 중 홍콩 증시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이들이 꼽는 홍콩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 요인은 미국 금리인상이다.

자국 통화 가치를 미국 달러에 고정시키는 페그제(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를 도입한 홍콩에선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통화가치가 하락해 자본이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올 들어 지금까지는 홍콩금융관리청(HKMA)의 시장 개입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해 왔지만 임계점에 도달하면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경계론자들은 보고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HKMA가 금리인상을 본격화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홍콩 부동산의 거품이 터지면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 발행 ELS 중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도 ‘안 좋은 신호’로 꼽힌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전체 ELS에서 홍콩H지수 ELS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홍콩H지수 ELS는 홍콩 증시 상승기에 투자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행 규모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발행 비중이 60% 이상인 기간이 오래 이어지는 것은 증시 상승 기간이 길어진다는 의미인 만큼 조정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란 분석이다. 홍콩H지수 ELS 비중은 지난 3월부터 매달 60%를 넘어서고 있다.

2015년에는 1월부터 8월까지 매달 홍콩H지수 ELS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는 그해 5월26일 14,962.74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이후 9개월여간 조정이 이어졌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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