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세기의 담판
한반도 어디로 가나

"괌서 6시간 날아와 폭격 훈련, 많은 비용 든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서 한국에 압박 거세질 듯
국방부 당혹…"사전협의 없어 발언의도 파악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정상회담 후 서명한 공동합의문에는 주한미군이나 한·미 연합훈련 등 한·미 동맹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은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매우 도발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한·미 동맹의 기본 축 중 하나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또 “주한미군은 지금 논의에서는 빠져 있다”면서도 “미래 협상을 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우선 막대한 비용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에) 많은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며 “한국도 비용을 내긴 하지만 어느 정도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이 괌에서 한국으로 날아와 6시간 훈련하고 다시 오랜 시간이 걸려 괌으로 돌아가는 데 정말 많은 비용이 든다”며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이 비용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해 한·미 연합훈련 비용 문제를 통상 현안과 연계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도 “(감축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선거 때도 얘기했듯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며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미국이 북한에 체제 보장을 약속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발언은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를 중단한다고 했는데 어떤 조치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괄적 협상을 하고 있는데 워게임(war game, 한·미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관련 발언도 “북한 체제 보장에 대해 어떤 얘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이 의제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은 회담 전부터 제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싱가포르 메리어트호텔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질문에 “(미·북 실무 협상에서) 논의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겠다”면서도 “미국은 이전에 제공했던 것과 다르고 독특한 방식으로 안전 보장을 북한에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은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문제가 의제에서 빠진다고 가정하지는 말라”고 덧붙였다. 그전까지 주한미군은 의제가 아니라고 하던 태도에서 달라진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지금 논의에서는 빠져 있다”고 말해 단시일 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감축할 계획은 없음을 시사했다.

당장 오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취소되거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매년 UFG 때마다 ‘핵전쟁 연습’이라며 중단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정확한 의미와 의도 파악이 필요하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서 미국 측과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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