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경총 부회장 사실상 경질
"회장단 회의 열어 경질 논의
책임자는 나…결정하면 간다"
경총 사무국도 입장문 발표
사상 첫 상임부회장 공개 비판

송 부회장 '즉각 사퇴' 거부
15일 회장단 회의서 거취 결정
"오해 부풀려져…적극 소명할 것"
경총 정관에 부회장 해임규정 없어
송, 절차상 문제제기 가능성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송영중 상임부회장을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자진 사퇴 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송 부회장을 사실상 경질했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 관료 출신으로 지난 4월 임명된 송 부회장은 지난달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논란 당시 노동계 편을 드는 모양새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말부터 1주일 넘게 출근하지 않아 경총 임직원과의 불화설이 나돌았다. 경제단체 회장이 부회장 직무를 정지시키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도 모자라 경질을 통보받은 부회장이 계속 버티는 장면이 연출되자 경제계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결단 내린 손경식 회장

손 회장은 12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송 부회장을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며 “조속히 회장단 회의를 열어 (경질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데 대해서는 “회장이 경총 최고 책임자이고, 회장이 결정하면 그렇게 가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송 부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 노동부 노사정책국장과 산업안전국장 등을 지냈다. 경총 부회장에 선임됐을 때 친노동계 성향과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셌다.

손 회장은 이날 임원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송 부회장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며 “권한을 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부회장이 외부 인사를 통해 경총 임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일부 임원에게 사직서를 내라고 강요한 것 등을 거론하며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서 이러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경총 사무국도 입장문을 내고 “경총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송 부회장의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무국은 “송 부회장은 소신과 철학이라면서 경총의 방침에 역행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부회장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과 행동을 한 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경총 사무국이 조직 ‘2인자’인 상임부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회장단 회의에서 거취 논의
송 부회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자진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 지금까지 일을 안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1주일 넘게 출근하지 않던 그는 11일부터 이틀 연속 경총회관에 나왔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오해가 너무 부풀려졌다”며 “회장단 회의에 나가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는 송 부회장이 물러나더라도 ‘명예회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즉각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논의 당시 국회 논의를 거부한 노동계와 손을 잡았다는 지적에 대해 해명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송 부회장의 ‘버티기’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오는 15일 열릴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송 부회장의 경질이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회장단 회의는 손 회장 외 비상임부회장인 24개 주요 회원사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회장단 일각에서는 “송 부회장의 소명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비상임부회장은 “출근하지 않은 건 잘못된 행동이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상임부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양쪽 의견을 들은 뒤 경질에 동의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경총 정관에는 상임부회장의 해임 절차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하면 경총이 더 큰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병욱/박종관 기자 dod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