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지금…

건축물 뼈대 이루는 철근
묶어주는 철선이 주력 제품

수입산 '저가 공세' 맞대응
공동구매로 영세업체 보호

얇은 중국산 제품 위험해
단체표준으로 안전성 확보

박상엽 한국철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건설용 결속선 등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경기 동두천시와 인접한 양주시 은현교차로 인근 국도 375번에서 폭 6m짜리 도로를 따라 300m 들어가면 7000㎡ 규모의 공장(삼창선재)이 나온다. 철사라고 부르는 ‘건설자재용 결속선’ 등을 제조하는 곳이다.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촬영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상엽 한국철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삼창선재 대표·66)은 “수도권의 오래된 공장에 드라마 촬영 협조를 요청해와 놀랐다”며 “철선 공장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 같아 허락했다”고 말했다.

철선 제조업은 201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임금 인상과 중국산 저가 공세 때문이다. 철선업체들은 공동구매를 통해 원료 가격을 낮추는 등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공동구매로 가격 인하 앞장

박 이사장은 섬유와 스테인리스 제품 회사에 다니다 1988년 “내 사업을 하겠다”며 삼창선재를 설립했다. 철선을 택한 이유에 대해 “집을 짓고 도로나 다리를 놓는 건축은 계속될 테니 기초 건자재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설 때면 뿌듯함도 느꼈다. 콘크리트 안에 들어가 있는 각종 철 자재를 생산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서울 답십리와 영등포, 경기 남양주 마석 등에서 직매장도 운영 중이다.

박 이사장이 이끄는 철선공업협동조합은 두께 5㎜ 원형 강재를 열처리 가공해 철못 플랫타이(거푸집 고정장치), 철선 울타리, 철근고정용 결속선 등을 제조하는 업체가 모인 단체다. 주력 제품인 철근고정용 결속선은 아파트 교량 빌딩 같은 건축물 공사 때 뼈대를 이루는 철근을 지지하도록 서로 묶어 건축물을 튼튼하게 하는 부자재다. 국내 철선지상 규모는 1조원 안팎이다. 건설회사와 철물점 등이 주요 고객이다.
조합에서는 업체별 신용도나 구매 규모에 상관없이 같은 가격으로 공급받는 공동구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5년 2765t(15억8600만원)이던 공동구매 실적이 지난해 4570t(30억3700만원)으로 늘었다. 소규모 업체가 원자재 구매가격 인하 효과를 보고 있다.

◆안정성 확보 위해 규격 강화

최근 지진 등 자연재해 때문에 건축물의 안전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결속선 지름이 0.9㎜ 이상인 제품을 생산하지만 중국산은 인장 강도와 굽힘 특성이 국산에 못 미치는 0.8㎜ 이하다. 건설사들이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 얇은 두께의 중국산 결속선을 선호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합 차원에서 0.9㎜ 이상의 결속선을 만들기 위해 자체 단체표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수입 결속선 가격은 ㎏당 900원 선으로 국내 원자재 가격(86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저가공비(250원)만 포함한다 해도 1100원대에 거래돼야 하지만 외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로 국내 업체가 고전하고 있다. 5년 새 신양스틸 등 7개 업체가 폐업하거나 결속선 생산을 중단했다. 수입 제품의 원산지 표시와 중량 표시 위반 사례가 많아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은 용접과 열처리 과정을 거치는 철선 제조업을 제조뿌리산업으로 지정하고, 공장 자동화 설비 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해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인력난을 해결해 기존 공장의 해외 이전을 막아야 한다”며 “철선업은 기초산업 차원에서 보호·육성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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