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수수료 비싸다 느끼고…판매사도 수익률 계산 복잡해 '외면'

올 들어 출시 펀드 한 개도 없어
펀드 12개·설정액 450억 그쳐
대부분 '자투리 펀드'로 전락

투자자·업계, 모두 '불만'
가입자, 年 10% 이상 수익 기대
일반펀드보다 수수료 더 내 거부감

성과보수 직전 환매 후 되사는
투자자에 운용사들은 '속수무책'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내놓았던 성과보수펀드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올해 새로 출시된 성과보수펀드는 하나도 없고, 기존 펀드 유입액도 올 들어 27억원에 그쳤다. 투자자별 수익률 측정이 어려워 은행과 증권사 등이 판매를 꺼리는 데다 투자자들도 일단 가입할 땐 10% 이상의 고수익을 기대하는데 이 경우 일반 펀드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확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성과보수펀드 출시 ‘0’

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5월 이후 출시된 성과보수펀드는 12개에 그쳤다. 지난해 11월에 나온 ‘DGB 똑똑중소형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품이 제도 도입 직후인 지난해 6~7월에 ‘반짝’ 시장에 나왔다. 올 들어선 성과보수형으로 출시된 펀드가 한 개도 없다.

성과보수펀드에 들어온 자금도 많지 않았다. 11일 기준 성과보수펀드 12개 설정액을 합하면 454억원에 불과하다. 가장 규모가 큰 ‘삼성 EMP글로벌로테이션’(설정액 182억원)과 ‘신영 마라톤중소형주’(83억원), ‘트러스톤 정정당당’(65억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펀드는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자투리 펀드’다.

성과보수펀드는 금융위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도입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데도 운용보수는 꼬박꼬박 떼어간다는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일반 펀드는 운용사들이 수익률과 관계없이 사전에 정한 보수를 가져가지만, 성과보수펀드는 운용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수익률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초과수익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성과보수를 뗀다. 예를 들어 기본 운용보수 연 0.20%에 수익률이 5%를 넘는 경우 10%의 성과보수를 떼는 펀드가 있다고 가정하자. 1000만원을 투자해 1년 후 10% 수익을 낸 다음 환매한다면, 이 투자자는 5%가 넘는 수익인 50만원에 대해 10%의 성과보수를 적용한 5만원과 기본 운용보수인 2만원을 합한 7만원을 수수료로 낸다. 개별 펀드마다 다르지만 통상 수익률이 10% 이상이면 일반 펀드보다 성과보수펀드 수수료가 더 높고, 10% 아래면 그 반대다.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투자자들은 성과보수펀드보다 기존 수수료체계로 운용하는 펀드를 선호했다. 지난해 7월 신영자산운용이 마라톤중소형주펀드를 출시하면서 성과보수형과 일반형을 동시에 내놨는데 일반형 펀드에는 3150억원이, 성과보수형 펀드에는 83억원이 들어왔다. 펀드 가입자 대부분이 10% 이상의 고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업계·투자자 모두 ‘외면’

운용사들이 성과보수펀드 출시를 꺼리는 이유는 투자자 수익률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투자자 수가 49인 이하로 정해진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는 투자자가 많아 투자 시점부터 수익률을 계산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판매 시점에 따른 수익률 계산은 판매사에서 해줘야 하는데, 정해진 판매보수만 받는 증권사와 은행이 추가업무를 달가워할 리 없다”고 설명했다. 펀드를 팔아주는 판매사들이 외면하는 상품은 애초부터 내놓기 힘들다는 얘기다.

투자자가 성과보수를 내기 직전까지만 수익(예를 들어 9%)을 낸 다음 환매해 똑같은 펀드를 되사는 식으로 수수료를 덜 내는 ‘편법’을 써도 운용사들이 속수무책이라는 점도 상품 출시가 저조한 이유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펀드 가입과 환매가 자유롭지 않은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는 투자자가 언제든 가입하고 환매할 수 있다”며 “수수료를 덜 내기 위해 투자자들이 성과보수펀드를 변칙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털어놨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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