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자리 뜨자마자
트뤼도 "美 관세는 모욕적
트럼프에 보복 의사 전달"

정상간 갈등 감정싸움 격화
발끈한 트럼프 "공동성명 취소"
커들로 "우리 등에 칼 꽂아"
캐나다 "없는 말 한적 없다"

NAFTA 재협상도 가물가물
미국과 캐나다 간 통상 갈등이 국가수반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번졌다. 미국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 발언을 문제삼아 공동성명 승인을 거부한 데 이어 일부 백악관 참모는 트뤼도 총리에게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있다”고 막말까지 퍼부었다.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운명도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트뤼도 총리에 ‘지옥에 자리’ 막말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트뤼도 총리는 미국 유제품에 270%의 관세를 매겨놓고는 다친 척 한다”며 “공정한 무역은 호혜가 아니라면 ‘바보 무역’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북 회담을 하루 앞둔 가운데서도 트뤼도 총리를 공격한 것이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CNN 방송에 출연해 “트뤼도 총리가 전날 회견에서 미국 관세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트뤼도 총리는 우리 등에 칼을 꽂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뤼도 총리가) 근대 캐나다 지도자 가운데 최악의 정치적 오산을 범했다”며 “지옥에는 배신의 외교를 펼치고 등 뒤에서 칼을 꽂으려는 외국 지도자를 위한 특별한 자리가 있다”고 막말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의 공동성명 철회에 유감을 표명하고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에 보복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연간 무역적자가 8000억달러에 달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비용을 거의 전부 내는데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1%만 부담한다”고 비판했다.

◆G7에서 무슨 일이?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가 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는) 모욕적이다.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언급한 데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 간 회담에선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싱가포르로 떠나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G7 정상회의 폐막 몇 시간 전인 오후 1시께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향했다.
나바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선의를 보였다”며 “그런데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뜨자마자 등에 (칼을) 꽂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동성명 취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에어포스원 내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답했다.

캐나다는 반박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전날 “트뤼도 총리는 공적, 사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하지 않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기자들에게 “캐나다는 인신공격을 외교에 적절하거나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보복관세는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NAFTA에도 부정적 영향

이웃나라이면서 가장 밀접한 동맹인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은 NAFTA에서의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G7 기자회견에서 NAFTA에 대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3자 협정을 그대로 유지하되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큰 변화를 주거나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각각 양자협정을 맺는 두 가지 방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캐나다와 멕시코엔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는 좋은 일이 되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작년 9월 시작된 NAFTA 재협상은 수차례 협상에도 진전 없이 7월 멕시코 대선, 11월 미국 중간선거 등 각국의 정치적 일정으로 미뤄진 상태다. 사실상 올해 재협상 타결은 불가능해졌다.

미국이 5년 일몰조항을 계속 주장하는 게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NAFTA가 미국에 재앙인 만큼 5년마다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트뤼도 총리는 “5년마다 자동으로 효력이 끝나는 무역협정은 무역협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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