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0억 이어 올해도 1050억 규모 발행

한국 경제·원화 안정성에 '베팅'
보험사 등 투자 수요도 많아
국내 자금조달 정례화 나선 듯
마켓인사이트 6월11일 오후 4시35분

지난해 5월 200억원짜리 첫 아리랑본드를 찍었던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미국 골드만삭스가 1년여 만에 다시 1000억원 규모의 아리랑본드 발행에 나선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이끌고 있는 영미계 투자은행 최초로 아리랑본드를 발행했던 골드만삭스가 발행을 정례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12일 1050억원 규모 아리랑본드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15년물 1000억원, 10년물 50억원어치로 나눠 발행한다. 발행 금리는 연 4% 수준으로 잠정 결정됐다.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높은 ‘AAA’를 받았다. 주로 보험사들이 이 채권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5월 200억원어치 아리랑본드를 발행해 한국 채권 시장에 데뷔했다. 당시는 처음이어서 시범적으로 소액 발행을 했지만 투자 수요가 넉넉한 것을 확인하자 1년여 만에 1000억원대 채권 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작년부터 자금조달처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에서 꾸준히 채권을 발행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해 환변동 위험이 작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채권은 발행회사가 환변동 부담을 지기 때문에 현지 통화의 안정성이 필수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원화 채권을 찍어 조달한 자금을 달러로 바꿔가기에 좋은 환경인 것도 아리랑본드 발행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초 121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1075원20전(11일 기준)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외국 기업의 아리랑본드 발행 여건도 나쁘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지난 3월 미 기준금리(연 1.50~1.75%)는 한국 기준금리(연 1.50%)를 역전했다. Fed가 12~13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올리면 한·미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골드만삭스 같은 미국 우량 기업들은 현지에서보다 더 저렴한 이자 비용으로 한국에서 채권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투자 수요도 많다는 분석이다. 2021년 새 보험업 회계처리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장기채권 매입에 나서고 있다.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아래에선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장기채권 비중을 늘려 자산과 부채 만기를 맞추려는 노력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장기채권 발행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올 1~5월 만기 10년 이상 선순위 공모 회사채 발행은 1조6150억원으로 작년 한 해 규모(1조1300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IB업계에선 골드만삭스에 이어 다른 외국 기업들도 아리랑본드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발행 담당임원은 “한·미 금리 격차가 계속 커지고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한국 채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랑본드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발행하는 원화 표시 채권. 1995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처음 발행했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원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발행한 채권은 ‘김치본드’로 불린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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