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분야 중 후순위" 지적
MIT는 학생들에 비트코인 지급해 '암호화폐 실험'

블록체인 전공을 개설 및 준비 중인 (왼쪽부터) 고려대·동국대·서강대 캠퍼스. / 사진=한경 DB

고려대가 올 9월 대학원 과정에 블록체인 전공을 만든다. 국내 대학에 블록체인 전공이 생기는 것은 서강대, 동국대에 이어 세 번째다.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해온 업계의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11일 고려대에 따르면 가을학기 신설을 목표로 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공학과 개설 절차를 밟고 있다. 석사과정 30명, 박사과정 10명 규모로 가상화폐(암호화폐) 관련 기업 및 거래소 직원들을 재교육하는 계약학과 형태로 운영된다. 블록체인공학과 신설을 주도한 이 대학 김형중 교수는 “암호화폐 관련 교육에 집중해 다른 대학 블록체인 전공과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고려대는 블록체인연구소, 블록체인보안연구센터 등을 설치해 제반 인프라를 갖춰왔다. 최근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리플’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장기연구 프로젝트 ‘유니버시티 블록체인 리서치 이니셔티브(University Blockchain Research Initiative)’도 수행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학문적·기술적 연구를 통한 전문인력 양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첫 발을 뗀 것은 서강대다. 지난해 지능형 블록체인연구센터 설립에 이어 올해 봄학기부터 정보통신대학원에 블록체인 전공을 개설했다. 블록체인 동작 원리와 기술을 다루는 ‘블록체인 시스템 트랙’, 금융이론 및 암호화폐에 특화된 ‘핀테크(금융기술) 트랙’으로 구성됐다.

작년 국내 대학 중 처음 관련 연구센터를 만든 동국대도 지난달 국제정보보호대학원에 블록체인 전공을 신설하고 신입생을 모집했다. 학교 측은 기본을 강조했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보안전문기술 개발 기반을 구축하고 암호화·법제화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 전문가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분산과 탈중앙화를 골자로 한 핵심 미래기술이지만 인공지능(AI), 드론, 자율주행차 등 여타 4차 산업혁명 분야와는 달리 인력양성에 미온적 분위기가 감지돼왔다. 올 초 비트코인 투기 논란이 인 탓에 블록체인이 후순위로 밀린 감이 없지 않다는 게 중평이다.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2017학년도 기준)를 보면 AI 전공은 성균관대 세종대 단국대 등 7곳에 개설됐고 전남대·청주대는 학부 전공을 만드는 등 인력양성에 적극 나섰다. 블록체인 전공은 서강대 대학원 과정이 유일했다.

이에 대해 익명의 대학 교수는 “대중적 관심과 정부 차원의 장려 정도에서 차이가 있지 않느냐. AI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크게 관심을 받았고 이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반면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투기 논란이 악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전공을 개설한 학교 관계자들은 전망을 밝게 봤다. 해외 선례가 있어서다. MIT(매사추세츠공대)는 ‘디지털 커런시 이니셔티브(Digital Currency Initiative)’를 설립해 블록체인 인력을 키워내고 있다. 2014년에는 재학생에 100달러 상당 비트코인을 지급해 사용케 하는 암호화폐 실험도 했다.

정익래 고려대 블록체인보안연구센터장은 “이번 리플과의 프로젝트에는 고려대뿐 아니라 MIT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 등 유수의 대학이 참여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전망과 수요가 있다는 얘기”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를 기본으로 하는 인력부터 길러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도 “블록체인 개발 인력만 필요한 게 아니다. 원천기술 인력은 대학이 육성해야 한다”면서 “대학원 위주로 블록체인 과정이 생기고 있는데 학부에서 별도 전공을 만들지 않더라도 융합전공, 융합학부 등에서 블록체인 관련 교육 수요를 소화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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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분야를 거쳐 현재는 블록체인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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