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으로 살펴 본 공해상의 조업실태

불법 어업 年 23억弗 추산

각국 정부의 보조금 없다면
조업의 54%는 수익성 없어

비영리 민간연구단체 글로벌어업감시가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을 통해 자동위치식별장치(AIS) 정보를 분석해 포착한 불법 환적 어선의 위치(빨간색 원들). 수천 척의 선박들이 내는 신호를 분석해 두 선박 간에 환적이 이뤄졌는지를 추적한다. /글로벌어업감시 제공

공해에서 이뤄지는 조업의 절반 이상이 정부 보조금 없이는 수익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공위성이 수집한 어선의 조업 정보를 인공지능(AI)이 기계 학습을 통해 분석한 내용이다.

◆인공위성 AI로 공해 어업 수익성 분석

미국지리학회와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어업감시 연구진은 지난 6일 세계 해양의 날(6월8일)을 앞두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를 통해 인공위성이 어선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선박 모니터링 시스템(VMS)을 이용해 공해상 조업의 수익성을 파악한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세계 바다의 55%에서는 지금도 상업 목적의 어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체 바다의 64%는 특정 국가의 관할권 밖에 있는 공해다. 공해에서 이뤄지는 조업활동의 수익성은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조업에 필요한 비용과 어획량을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업 수익성은 나라마다 다르고 어업 유형과 항구까지의 거리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해양 보호단체인 오세아나, 비영리 위성정보 분석단체인 스카이트루스, 구글은 2016년부터 세계 바다를 운항하는 어선을 추적하는 ‘글로벌어업감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공해에서 조업하는 어선 3500여 척의 활동과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연구진은 수평선 너머에서 이뤄지는 어선의 조업활동을 알아내기 위해 선박에 실린 자동위치식별장치(AIS) 정보와 인공위성을 활용했다. 국제해사기구는 300t이 넘는 선박에 AIS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 몇 초마다 위치와 속도, 방향을 신호로 알리게 하고 있다. 신호에는 선박 크기와 엔진 성능은 물론 언제 어디서 어떤 유형의 어업을 했는지 식별하는 정보가 담겨 있다. 연구진은 기계학습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이들 정보를 바탕으로 언제, 얼마나 조업을 하는지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세계 어선 약 7만 척이 조업한 현황을 담은 지도를 작성했다. 어선의 조업활동은 구글이 제공한 지도 위에 수천 개 점으로 나타난다.

미국 그린피스가 2015년 인도네시아 배타적경제수역 부근에서 불법 환적을 위해 두 선박이 만난 모습을 포착했다. /그린피스 제공

◆불법 남획 막고 식탁 투명성 커져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각국 정부의 보조금이 없다면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조업의 54%는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언스어드밴시스는 2014년 공해에서 이뤄진 조업에 들어간 비용을 62억~80억달러로 추산했다. 국가에 따라 최대 3억3400만달러 적자를 봤거나 14억달러 흑자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정부는 적자를 메꾸기 위해 42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대만, 러시아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남극해와 남태평양에서 이뤄지는 일부 조업 방식이 보조금 없이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 어선은 법규를 준수하지만 한편에선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도 있다. 신고된 양보다 많은 양을 잡거나 지정된 장소를 벗어난 남획이 대표적이다. 생태학자들은 남획을 미래 어업을 붕괴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손꼽는다. 연간 불법 어업 규모는 23억달러로 추산되지만 수평선 너머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어업 실태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해마다 세계 어획량의 3분의 1은 남획의 결과로 추정된다.

글로벌어업감시는 AIS를 통해 남획을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칠레 어선들은 칠레 해안과 남대서양 등 주로 남미 연안에서 집중적으로 조업을 하는 반면, 중국의 선단은 비교적 먼 해역인 태평양과 인도양 해역에서 조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어선들 역시 먼 해역에서 조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적 자료를 분석하면 어선이 어로 금지 구역에서 조업을 했는지 알 수도 있다. 어로보호지역은 조업이 금지됐지만 엄격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많다. 남태평양에 있는 피닉스 제도 보호구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다. 키리바시 정부가 2015년 1월부터 조업을 금지했지만 글로벌어업감시는 몇 개월 뒤 보호구역에서 불법 조업을 적발했다.

선박들이 불법 조업이 걸릴 것을 아는데도 AIS를 끄지 못하는 이유는 점점 더 많은 정부가 AIS 설치와 운영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선박은 밤에 불을 끄듯 불법 조업을 할 때마다 AIS를 끄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AI 등 알고리즘을 통해 적발되고 있다. 불법 조업으로 잡은 물고기를 단속을 피해 다른 배로 옮겨 싣는 환적행위도 적발할 수도 있다. 환적은 불법 조업을 하는 어선이 더 오래 바다에 머물게 하는 것은 물론 감시망을 피할 확실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과 AI, 선박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런 연구가 각국의 올바른 어업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개인 선박에 추적장치 부착을 의무화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정부 중 최초로 개인 선박 추적데이터를 공개했다. 페루도 선박 추적 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BBC는 해산물이 식탁 위에 오르는 과정이 더욱 투명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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