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훈령 235호)에 따라 개혁과제들을 조사하고 있으며 기사에서 언급한 그간 조사 과정에서 디지털포렌식, 리니언시 수사 방식을 실행한 사실이 없고, 민간위원들에게 노사누리 접근 권한을 부여한 사실도 없음.’

고용노동부와 개혁위가 지난 7일 오후 5시53분 해명자료라며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내용이다. 해명 대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사(6월4일자 A2면 ‘고용부 빅브러더’ 개혁委…8개월 적폐몰이에 조직 ‘패닉’)였다. 이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온 시간은 3일 오후 6시께, 꼬박 나흘 만에 해명자료를 낸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설명·해명자료를 내는 고용부가 이처럼 뒤늦게, 그것도 ‘120자짜리 초간단 해명’에 나선 이유가 뭘까.

한경 보도가 가판에 나간 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기사 수정을 요청했던 개혁위,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매체의 추종 보도가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선 것으로 짐작된다.
경위야 어찌됐건, 해명자료는 사실일까. 먼저 개혁위는 직원 PC에 대해 디지털포렌식(PC나 인터넷상에 남아 있는 각종 개인정보를 분석하는 것)을 실행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말인즉슨 맞다. 조사 과정에서 개혁위가 직접 실행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 압박과 고용부 ‘윗선’의 지시로 고용부가 실행해 제출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리니언시 방식 수사도 없었다고 했다. 물론 “지금 이 조사는 리니언시 수사다. 당신이 불면 면책해주겠다”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무슨 정책 의지나 뜻이 있었겠는가? 누가 지시했는지만 얘기하면 별일 없을 것”이라는 ‘회유’를 받고 공직자로서 자괴감을 느낀 공무원이 있다면?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노사누리(근로감독 전산망)’ 접근 여부다. 해명대로 민간위원이 노사누리에 직접 접속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용부 조사지원인력이 해당 내용을 출력해 보고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용부가 지금 할 일은 기사 해명이 아니라 “과거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미래 적폐를 쌓고 있는 조직이 걱정된다”는 직원들의 말과 한숨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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