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위협으로 끝난 G7

트럼프 "車 관세 때리겠다" 위협
동맹국들 "보복관세"로 맞서
美, 러시아 참여 제안…거절당해

中·러 '칭다오선언문' 채택

"회원국 간 안보·경제협력 강화"
중국·러시아·인도 등 8개국 참여
中, 러에 원자력 건설사업 맡겨

메르켈 ‘어필’에 팔짱 낀 트럼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탁자에 손을 짚은 채 서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을 향해 무언가를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은 메르켈 총리 편에 자리한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옆에서 관망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 제공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통상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마찰 강도만 높인 채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늦게 공동성명 승인을 거부하고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다른 회원국을 위협한 탓이다. 1975년 시작된 G7 정상회의에서 7개국 공동성명이 나오지 못한 건 처음이다. 글로벌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이던 G7 체제도 세계무역기구(WTO)처럼 흔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G7 정상들은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친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세·비관세 장벽 및 보조금을 줄여가자는 내용이었다. G7 회원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이다.

하지만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향하는 기내에서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표단에 공동성명을 승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회담 종료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와 관련해 “모욕적이다.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히자 이는 거짓이라며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제 외교를 뒤엎고 동맹과의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았으며 이웃에 대한 무역 전쟁을 확대하고 트뤼도 총리를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내내 다른 정상들과 미국의 철강 관세 등을 놓고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회의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무역장벽을 없애라고 얘기했다”며 “미국은 모든 나라에 털리는 돼지저금통과 같은 존재였지만 이젠 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미국의 부당한 결정에 깊이 실망했다”며 “무역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느닷없이 던진 “러시아를 다시 G7에 참가시키자”고 제안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G7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8 회원국이던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서방의 반대로 회의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중국과 함께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주도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도 러시아 복귀에 반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먼저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찬성하다가 다른 유럽국들과 입장을 같이하기로 정리했다. 러시아는 G8 복귀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시진핑·푸틴 ‘밀월 관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0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G7 정상회의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는 9~10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통해 단합된 힘을 과시했다.
SCO 8개 회원국 정상은 10일 폐막한 정상회의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및 보호무역주의 외교·경제 정책을 겨냥해 회원국 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칭다오 선언문’을 채택했다. 또 테러리즘과 분열주의, 극단주의 세력을 척결하고 마약을 퇴치하는 데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정상회의 의장을 맡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회원국들은 서로의 이견을 제쳐 두고 상호 이해를 증진해야 한다”며 “공동의 목표를 추진함으로써 화합과 단결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창설됐다. 중국과 러시아 외에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유라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불리며 서방 중심의 G7 체제와 NATO 대항마로 부각되고 있다. 회원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44%인 31억 명에 달하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이란, 아프카니스탄, 벨라루스, 몽고 등 4개국은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회의는 지난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정회원국 가입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데다 G7 정상회의와 같은 시기에 열려 관심을 모았다. 최근 핵 합의 파기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특별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SCO 회원국 정상들은 회의 기간 동안 연쇄적으로 양자, 삼자 회담을 갖고 현안을 논의했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정상회담을 한 뒤 함께 고속철도를 타고 톈진으로 이동해 양국 청소년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는 등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중국은 당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할 것으로 예상됐던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 규모의 원자로 건설을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에 맡기기로 계약을 맺었다. 중·러 정상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갖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또 나렌디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회담하고 중국, 티베트와 인도를 가로지르는 야루짱부강(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의 수자원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뉴욕·베이징=김현석/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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