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줄이자" 조합 총회서 후분양 논의
후분양 공약 제시한 건설사에 시공권 내줘

'래미안 서초우성1차' 조감도

올해 분양을 할 예정이던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후분양을 논의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HUG는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분양가를 책정토록 규제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단계인 단지들도 후분양을 공약으로 제시한 건설사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단지들이 모두 후분양을 선택할 경우 향후 2~3년간 공급 절벽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부담으로 재건축을 중단하는 단지도 속출할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 강남권에 새아파트 부족현상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 하반기 분양예정이던 단지들 후분양 논의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분양이 예정됐던 서초동 ‘래미안 서초우성1차(서초우성1차 재건축)’의 공급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이 단지 모델하우스에는 최소 유지 인력만 남았다. 조합은 조심스럽게 후분양의 득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 총회에서 후분양 얘기가 나왔고 ‘고려해볼 만 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낮게 규제해버리니 조합 입장에서 후분양 논의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우성 1차’뿐만 아니라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 ‘래미안 상아2차’ 등도 후분양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건축 조합원은 “몇몇 조합원들이 회의에서 ‘후분양’ 얘기를 꺼내면서 논의가 있었다”며 “후분양에 대한 조합원 찬반 의견은 반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강남 재건축 조합원은 “우리가 먼저 하지는 않을 것 같고 ‘서초우성1차’처럼 먼저 분양하기로 한 단지들이 후분양으로 결정하면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연내 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는 15개 단지다. 서초구에서는 ‘래미안 서초우성1차’를 비롯해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 강남구에서는 ‘래미안 상아2차’, ‘개포주공4단지 그랑자이’, ‘개나리4차 재건축’ 등이 연말까지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후분양제’란 아파트를 착공하기 전 분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설 공정이 80% 이상 진행됐을 때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현행법에서는 선분양이나 후분양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선분양을 선택해왔다. 후분양을 하면 건축비를 금융회사로부터 빌려야하는 까닭이다. 재건축 조합이 후분양제를 논의 중인 까닭은 분양가 규제를 피해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비용 부담보다 후분양의 이익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공사, 수주전서 후분양 제시
작년 하반기 이후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들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옵션으로 제시하고 있어서다. 이달 대치동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조합이 선분양, 후분양, 준공 후 분양, 선임대 후분양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9월 잠원동 신반포15차 수주전에서도 후분양을 제안했다.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와 ‘잠실 미성크로바’ 조합도 후분양제 도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잠실 미성크로바’ 수주전에 뛰어들며 골든타임 후분양제를 제시한 바 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 당시, 후분양제 도입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때문에 강남권 재건축들이 일제히 분양 시기를 늦추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연내 이주를 준비하는 곳은 후분양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HUG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분양가가 높을 경우 분양 승인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청약자들은 수억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재건축 조합원 입장에선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거나 환급금이 줄어든다.

그러나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가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아파트 골조 공사를 3분의 2 이상 진행한 후 분양을 실시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서초우성1차’의 예상 분양가는 3.3㎡ 당 425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후분양할 경우에는 3.3㎡ 당 6000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조합측의 기대다. HUG는 최근 용역보고서를 통해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분양가가 약 7% 상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은 “서초우성1차는 삼성물산, 무지개아파트는 GS건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면서 “조합이 후분양을 원하더라도 건설사가 합의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분양이 강남권 이외 지역으로 확산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후분양제를 선택할 경우 조합은 시공사 보증으로 건축비를 조달해야 한다. 건설사들은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것을 우려해 과도한 보증은 꺼린다. 게다가 2~3년 뒤 부동산시장 상황을 현시점에서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불확실성이 낮은 강남권 등에 한해 건설사들이 후분양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분양 후 이익이 제대로 환수된다면 조합과 건설사 모두 ‘윈윈(win-win)’이 된다.

◆ “강남권 아파트 공급 멈추나”


아직 추진위조차 설립하지 않은 현장은 초과이익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재건축 진행 속도를 늦추고 있다. 1986년 입주한 반포미도1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며 재건축 대열에 합류했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반포미도1차는 안전설계만 받고 추진위 설립을 일부러 안하고 있다”며 “1년이라도 늦게 해야 공시지가가 올라 재건축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재건축 진행속도를 늦추게 되면 향후 강남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 3구에는 현재 지난 3월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이후 신규 분양이 멈춘 상태다. 일각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이 조합의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 재건축 분양을 담당한 한 대형사 분양소장은 “재건축 현장 중 한 곳이 후분양제를 도입한다면 이후 현장들도 줄줄이 따라가게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정부가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분위기를 그냥 내버려둘지는 의문이다. 또다른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부동산팀 이소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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