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제조업이 희망이다

ICT 접목된 스마트공장…숙련직 늘리고 생산성 높여
'규제의 덫'에 갇힌 한국만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세로

"제조·서비스 융합 활발한데…정부는 여전히 칸막이식 접근"
고용창출 효과 높이려면 전통적 산업분류 방식 고쳐야
미국의 일자리 공급(구인 건수)이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수요(구직자 수)를 앞질렀다. 일자리가 크게 늘어 구직자를 모두 채우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7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4월 일자리 구인 건수는 670만 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의 신규 일자리는 올 들어 매달 평균 20만 개 가까이 늘고 있다. 이에 비해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는 4월 640만 명으로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구인 건수를 밑돌았다.

원동력은 경제 호황을 주도하며 일자리를 가파르게 늘리는 제조업이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8년간 100만 개(9.2%) 늘었다.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제조업 일자리 증가 현상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장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가설이 뒤집어진 것이다. 특히 전통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공장 등 신(新)제조업이 확산되면서 고숙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생산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송형권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는 “전통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생산라인 인력은 줄어들고 있지만 대신 설계, 빅데이터 가공, 프로그래밍, 정보 보안, 엔지니어링 등 전문가 영역의 고숙련 근로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제조업 일자리도 2009년 바닥을 찍은 뒤 증가세를 이어갔다. 차이점이 있다면 호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감소세는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송 교수는 “선진국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돼 생산성, 고용 창출에서 모두 예상 밖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자리를 내쫓는 산업으로 인식되며 규제의 덫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일자리 증가 현상은 미국 일본 독일뿐 아니라 캐나다 영국 체코 폴란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통 제조공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일자리 증가세가 나타났다. 단순 근로직은 줄지만 고부가가치 숙련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생산성 향상과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7~2019년 3년간 미국의 연평균 임금 인상률이 1.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 10년간 연평균 임금 인상률은 0.5%였다. 일본도 임금이 과거 10년간 연평균 0.2% 오르는 데 그쳤지만 2019년까지 연평균 인상률이 1.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의 질도 개선됐다. 미국에서 정규직을 희망하지만 파트타임으로 일해야 하는 ‘비자발적 파트타임’의 비중은 2008년 전체 일자리의 1.8% 선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16년에는 1%에 머물렀다. 일본도 2009년 6.3%에서 2016년 4%까지 떨어졌다. 제조업 육성이 고용 증가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을 구분하는 방식의 전통적 산업 분류와 지원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제조업이 디지털화하고 서비스업과 융합하면서 전후방 효과가 과거 전통 제조업보다 훨씬 커지고 있는 데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극대화하는 추세인데 정부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제조업의 서비스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최하위로 유일하게 30%에도 못 미쳤다. 스위스 스웨덴 등은 제품을 수출해 부가가치가 늘 때마다 이 비중의 40%가 넘는 서비스 분야 부가가치가 생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지멘스 회장 출신인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기업은 제조업과 제조 관련 서비스를 함께 보는데 정부는 여전히 (제조와 서비스로) 이원화됐다”며 “범정부 차원의 처방과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통 제조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ICT산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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