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수익률 유혹하더니…日 셰어하우스 업체 줄도산

韓 분양형 호텔 구조 흡사…"임대료 한 푼도 못 받아"

셰어하우스 회사 ‘골든게인’의 사무실이 있던 도쿄 미나토구 전경. 사진=한경DB

“30년간 월세 연 8% 보장”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A씨(40대)는 2015년 말 도쿄 시내에 10실 규모의 셰어하우스 한 동을 매입했다. 셰어하우스 개발·운영업체로부터다. 무려 30년 동안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광고 문구에 현혹돼 투자를 결심했다. 그러나 월세는 매입한 지 10개월만에 끊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셰어하우스업체는 파산했다. 피해는 막심하다. 월세는 들어오지 않지만 매달 수십만엔에 달하는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빌린 돈을 갚을 길도 막막하다. 팔고싶어도 셰어하우스를 살 사람도 없다. 수익이 나지 않아서다. 팔려면 집을 부순 뒤 땅만 팔아야 할 상황이다.

일본에서 셰어하우스업체가 잇따라 파산하면서 이들이 공급한 셰어하우스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셰어하우스업체의 공급 행태가 국내 분양형호텔 레지던스호텔 등과 비슷해 국내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줄줄이 파산하는 일본 서브리스 회사들

지난달 22일 도쿄지방법원은 셰어하우스 회사 ‘골든게인’의 파산을 선고했다. 2015년 3월 수익형 부동산 개발과 매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는 매입한 토지에 셰어하우스를 지어 투자자에게 공급했다. 투자자(소유주)로부터 셰어하우스를 빌린 뒤 재임대하는 방식(서브 리스)으로 임대운영·관리도 맡았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30년간 연 8% 수익을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2016년 10월에는 연 매출이 약 43억1100만엔에 이르렀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셰어하우스만 도쿄도 내 약 100곳에 달했다.

하지만 대출규제와 공실로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며 골든 게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 융통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그해 12월 대표를 제외한 모든 임원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 3월 들어 도쿄 미나토구 고층 빌딩에 있던 사무실도 포기했다.

한 주 앞서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던 ‘스마트데이즈’도 파산했다. 이 회사는 ‘가보차노바샤(かぼちゃの馬車·호박마차)’란 셰어하우스 브랜드로 유명했다. 입주율이 저조해 지난 1월부터 셰어하우스 소유주에게 약속한 임차료를 지불하지 못했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 수익을 얻으려는 30~50대 직장인이었다. 이들의 직장 연봉은 800만엔에서 1000만엔 정도였다. 그 정도 연봉은 돼야 금융회사 대출이 가능했던 까닭이다. 이 회사는 700여명의 투자자에게 800여동(1만실)을 팔았다.

◆부정 대출도 적발
이달 파산한 일본의 두 회사 모두 시즈오카현에 본점이 있는 ‘스루가은행(Suruga Bank)’을 대출 금융기관으로 이용했다. 이 은행은 셰어하우스 투자자들에게 1000억 엔이 넘는 금액을 대출했다. 1인당 대출금은 1억 엔을 웃돈다.

이 과정에서 대출 자격이 없는 투자자에게도 서류 조작으로 수억 엔이 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동경상공리서치(東京商工リサ-チ)에 따르면 스루가은행이 스마트데이즈의 호박마차 셰어하우스 대출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의 연 수입 증명서 및 예금 잔액 조작을 방관한 사례가 여럿 발견됐다. 처음에는 발뺌했지만, 일부 직원이 서류 조작을 공모했음을 시인했다.

◆국내에선 ‘분양형 호텔’ 주의보

국내에선 분양형 호텔의 공급 구조가 일본 셰어하우스 공급 구조와 흡사하다. 높은 임대수익 보장을 내걸고 분양형호텔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분양형호텔 투자자도 일본 셰어하우스 투자자처럼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분양광고에서 연 8%대 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저조한 사례가 다수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경기 침체로 숙박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아예 시작부터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준공한 충북 청주의 A호텔은 수분양자에게 10년간 연 10.5~연 12%의 수익률 약속하며 객실 237개를 분양했다. 분양가는 최소 1억5000만~8억8000만 원이었다. 수분양자들은 호텔 영업 개시 후 9달 동안 약속된 임대료를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영업이 잘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생활비로 대출이자를 메꿔 나가야 했다. 결국 단체 행동을 통해 호텔 영업권을 넘겨받았지만, 호텔이 정상적으로 운영될지는 미수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한다. 애초부터 허위·과장광고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 적절치 못한 곳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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