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란에 흔들리는 유로존 3, 4위 경제國

석 달 만에 새 정부 출범
기본소득 지급·감세 추진
EU 긴축정책과 정반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 4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정치 불안’으로 휘청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총선 후 3개월가량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은 데다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스페인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부패 스캔들로 의회의 불신임을 받고 물러났다. 향후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예상돼 경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탈리아가 3개월간의 무정부 상태를 끝내고 1일 새 정부를 출범시켰다. 재총선이 치러지면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이탈렉시트’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는 점에서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새 정부는 저소득층에 월 780유로(약 98만원)의 기본소득 지급, 감세, 난민 추방 등 재정 불안과 반EU 분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금융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손잡은 연립정부를 이끌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날 로마 대통령궁 퀴리날레에서 선서를 하고 내각 수반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콘테 총리는 다음주 상·하원 신임투표를 통과해야 하지만 오성운동과 동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가결이 확실시된다.

두 당은 당초 유로존 탈퇴에 찬성해온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를 경제장관 후보로 추천했다가 친EU 성향인 마타렐라 대통령의 반대로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두 당은 경제장관 후보로 온건 성향의 조반니 트리아 토르베르가대 교수를 지명하는 절충안을 내놨고 대통령의 승인을 얻었다. 트리아 후보자는 유로존 탈퇴에 동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렉시트 우려는 일단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이날 밀라노증시는 0.06% 하락에 그쳤고 한때 3%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차이는 2%포인트대 초반으로 줄었다. 코메르츠방크는 “연정 재개와 함께 56억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 입찰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당분간 국채 금리가 하락세(국채 가격 상승)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부도 이날 2년 만기 국채를 5억유로어치 사들이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새 정부에서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기본소득을 다루는 노동산업부 장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내무장관에 임명된다.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하면 재정 불안이 가중되고 EU와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탈리아는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2%에 달한다. 유로존에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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