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의 家톡 (6)

전원의 낭만,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벚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에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얕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가득히 담겨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봄의 절정기에 웬 낙엽 태우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낙엽은 봄에도 태울 일이 많다. 늦가을에는 바람이 심한 데다 산이 메말라서 화재로 번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낙엽을 태우는 낭만을 즐기려다 경을 칠 수 있다. 새순이 돋기 시작하는 봄에는 겨우내 바싹 마른 낙엽이 불쏘시개처럼 잘 타기 때문에 이때를 넘기지 않고 지난 계절의 찌꺼기들을 치워줘야 마당이 정리된다. 농부들이 봄농사를 짓기 전에 논두렁의 마른 풀을 태우는 것처럼 지난 계절의 흔적은 치워줘야 새순이 잘 돋는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낙엽을 태우면서’를 밑줄 그어 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몰랐다. 이 글이 묘사하고 있는 단독주택 생활의 번거로움을. 가을, 겨울이 지나 늦봄에야 종종 마당의 낙엽을 태우면서 이 글이 새록새록 생각나지만 낙엽을 태우는 일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간단치도 않다. 일단 연기가 나지 않도록 불쏘시개를 잘 피워야 하는데 이슬에 젖은 낙엽은 사정없이 연기를 피운다. 낙엽을 태우는 연기는 꼬리가 길어서 어디서 피우는지 감출 수가 없다.
유난히 연기가 많이 나는 낙엽을 태우다 보면 119에 화재신고가 들어가서 소방차가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진다. 갓 볶은 커피 향기를 즐기려다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기어코 낙엽을 낭만적으로 태우려면 무조건 긁어모으지 말고 펼쳐 놓고 충분히 바싹 말렸다가 조금씩 태워야 연기가 나지 않고 갓 볶은 커피 향을 즐길 수 있다.

낙엽을 태우는 일처럼 전원의 낭만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없다. 전원주택을 얘기할 때 연상되는 ‘꿈’과 ‘낭만’은 전원에 사는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수고로움을 거쳐 누릴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차라리 그 단어를 땅에 묻어 버릴 수 있을 때 전원주택을 장만하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찾을 때까지는 낙엽을 태우는 꿈은 버리는 게 좋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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