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시설에 상업·업무·문화·주거기능 더해
낙후 도심 활기…동대구역은 랜드마크로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국토교통부 제공

대구 동구에 사는 임모씨(28)는 동대구역을 찾는 날이 부쩍 늘었다. 2년 전만 해도 낙후된 지역이라 거의 찾지 않던 곳이다. 지금은 이곳이 임씨와 친구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신세계백화점, 영화관, 잔디광장 등을 아우르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2016년 12월 들어서며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져서다. 임씨는 “예전에는 친구들을 만날 때 거리가 먼 중구 동성로까지 갔는데 지금은 동대구역에서 주로 본다”며 “이제는 동대구역이 대구의 랜드마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환승 시설에 상업·업무 기능까지

복합환승센터가 도심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복합환승센터는 기존 환승시설에 상업·업무·문화·주거 기능을 더한 시설이다. 2009년 12월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이 개정되면서 새로 도입됐다.

공항·항만·철도·버스·지하철역 등을 한곳으로 모아 복합환승센터를 만들어 연계 교통 체계를 구축하려는 취지다. 평균 환승거리를 285m에서 150m이하로 줄여 환승시간을 2분 이하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업무·상업·문화 시설을 들여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겠는 목적도 담겨있다.

수도권 주요 검토 지점 및 현황.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는 2010년 ‘제1차 복합환승센터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시범사업지 8곳을 지정했다. 동대구역, 익산역, 울산역, 광주역, 부천역, 동래역, 대곡역, 남춘천역이다.

2016년 ‘제2차 복합환승센터 개발 기본계획’에서는 21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수도권 11곳, 부산·울산권 3곳, 대구권‧광주권‧대전권 각 2곳, 제주 1곳이다. 이 가운데 서대구역, 수서역, 사당역, 삼성역, 수색역 등이 대표 사업지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복합환승센터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삼성역을 GTX를 포함한 5개 철도노선이 지나는 통합역사와 공공·상업시설을 갖춘 복합환승센터(지하6층, 연면적 16만㎡)로 개발할 계획이다.지난해 6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2호선 삼성역~9호선 봉은사역 사이 영동대로 밑 630m에 통합역사(지하4층~6층)를 만든다. 서울시는 영동대로에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하고 환승센터 지상과 지하 1층 사이에 버스환승정류장도 만든다. 환승센터는 코엑스와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즈센터(2021년 완공예정) 등 14개 건물과 지하로 직접 연결된다. 지하도로 위에는 3만㎡ 크기의 공원을 조성한다. 서울시는 철도 45만명, 버스 18만명 등 하루 63만명이 환승센터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착공은 2019년에 들어간다. 2023년이 완공 목표다.

지방 대도시권 주요 검토 지점 및 현황. 국토교통부 제공

경기 화성시 동탄역도 상업시설·주거시설을 아우르는 광역복합환승센터로 개발되고 있다. 개발 뒤엔 GTX, KTX, SRT 등이 지나는 통합역사가 백화점, 호텔 등과 연결된다.

사당역엔 지하 9층~지상 26층 규모의 복합환승센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환승주차장도 들어설 예정으로 일대 주차난도 개선될 전망이다.

◆개통 1년반… 활기 되찾은 동대구역

대구 동구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덕에 활기를 되찾았다. 2016년 12월 문을 연 동대구 복합환승센터는 지하 7층~지상9층, 연면적 27만㎡에 달한다. 주변 4개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통합했다. 1층엔 시내버스와 택시 승차장, 3~4층엔 고속·시외·공항버스 승차장이 들어서 있다. 3층은 KTX동대구역과 직접 연계된다. 환승센터 나머지공간은 대구 신세계 백화점이 입점했다. 교통뿐 아니라 상업과 문화·여가 시설이 들어서며 영남권 랜드마크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국토교통부 제공

개통 1년 반 만에 낙후됐던 주변 분위기도 뒤바뀌었다. KTX동대구역이 있는 동구는 대구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이었다. KTX역·전철역·버스터미널 등 대중교통 노선이 지나지만 서로 거리가 멀어 이용이 불편했다. 상권 형성도 그만큼 더뎠다.

지금은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도시철도 1호선 동대구역 연 이용객은 지난해 1355만5557명으로 2016년 1015만3528명보다 33.5% 증가했다.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들어선 대구신세계백화점 누적 방문객은 3300만 명을 넘어섰다. 절반 이상이 대구 밖에서 찾아왔다.

주변엔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동대구역과 신천역 주변 재개발 사업지만 15여 곳에 달한다. 동대구로는 왕복 6차로에서 10차로로 넓어졌다. 역 광장은 면적이 약 4600㎡에서 2만6000㎡로 5배 이상으로 커졌다.
◆복합환승센터는 글로벌 트렌드

복합환승센터 건설은 세계적인 추세다. 프랑스 라데팡스 복합환승센터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1958년 라데팡스 지역에 복합환승센터를 지었다. 760만㎡에 이르는 광활한 부지에 사업비 2조5700억원을 투입했다. 고속철도(TGV)와 교외철도(RER) A선, 지하철 메트로 1번선을 비롯해 버스 18개 노선이 지하 복층공간을 지나도록 했다. 센터 안에는 전시·회의실 공간을 마련했다. 인근 쇼핑센터과 전시관 등을 연결하는 통로도 설치해 상업·문화 기능을 끌어올렸다.

파리 중심부인 샤뜰레 레알지구(Les Forums des Halles, 포럼 데 알)에도 복합환승센터가 있다. 레알지구는 12세기 초부터 있던 파리 최초의 노천시장이다. 파리시는 시장이 있던 지상에 공원을 마련하고 지하 5층 규모에 지하철 5개 노선과 교외철도(RER) 3개 노선 환승역을 지었다. 여기엔 병원, 수영장, 체육관, 공연장 등도 있다. 입점한 점포 수만 170여 개다. 현재 하루 75만명이 이곳에서 지하철과 교외철도를 탄다. 지상 유동인구는 30만명에 이른다. 파리 최대 환승구역이면서 최대 쇼핑지구인 셈이다.

베를린 중앙역 복합환승센터. 서울시 제공

독일은 베를린 중앙역에 전철, 고속열차, 경전철, 버스가 지는 복합환승센터를 지었다. 두 층에 승강장 14개가 들어서 있다. 하루 1100대 철도가 운행한다. 환승통로는 430개나 된다. 내부공간(1만5000㎡)에는 쇼핑센터가 입주해 있다. 역사 양옆엔 12층 규모의 업무시설을 조성했다.

이밖에도 스페인 마드리드 아토차(Atocha)역, 벨기에 앤트워프 중앙역, 미국 뉴욕 펜역, 스위스 쿠어역, 일본 요코하마시 신요코하마역 등이 복합환승센터를 이루고 있다.

◆투자자는 옥석 가려야

다만 사업성을 갖춘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10년 국토부가 추진한 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 단지 8곳 중 6곳은 사실상 사업을 중단했다.

광주송정역, 남춘천역, 동래역, 익산역은 지자체가 사업중단을 선언했다. 춘천시는 2012년 9월 남춘천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포기하고 국고 지원금 7억5000만원을 반납했다. 민간투자자를 공모했으나 참여자가 없었다. 인구 27만 규모 도시에서 7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유치하기 쉽지 않았다.

광주시는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에 서희건설을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했으나 지난 2월 5년 만에 사업 종료를 통보했다. 환승주차장 임대료를 두고 서희건설과 코레일간 이견이 커 사업이 주저앉았다. 환승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건축높이도 45m로 제한이 있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였다. 광주시 교통건설국 관계자는 “호남선 KTX에 이어 수서발 고속열차(SRT)까지 개통되면서 지난해 송정역 이용객에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해 주차 부족에 따른 민원이 끊이질 않아 결국 사업 종료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부산 동래역은 2016년 12월 건립계획을 백지화했다. 2013년 12월 부산시가 동래역을 복합환승센터로 지정·고시까지 했으나 사업자의 자금조달과 출자자 모집이 난항을 겪으며 사업이 중단됐다.

전북 익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은 2014년 좌초됐다. 익산시는 2013년 국토부에 사업 지정 승인을 요청했으나 민간사업자가 수익성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을 반려하면서 지정 보류됐다. 이후 2016년까지 새 사업자를 모집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익산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사업비 2800억 규모 사업에 쉽게 민간 사업자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주변 상인 반대도 극심해 사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부산 부전역은 KTX 승강장 설치 예산(2000억원) 확보가 어려워 KTX 정차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복합환승센터 개발계획도 답보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구체적인 사업계획 검토 없이 시범사업에 뛰어든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계발계획 수립 용역비와 기반시설 사업비의 30%를 국고로 지원한다. 그런데도 사업이 중단될 정도로 사업성이 낮아 민자사업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권영종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복합환승센터 주변에 주변 도로나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한데 이 사업비를 민간사업자가 다 떠안는 구조라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재정지원을 확대하거나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민간사업자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제 성공하는 복합환승센터는 손에 꼽을 정도가 될 것”이라며 “옥석을 철저히 가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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