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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주방장’이라는 말 대신에 ‘셰프’라는 말을 선호해 지금은 모두들 셰프라고 한다. 셰프는 주방장이랑 같은 뜻이다. 주방장이라고 하면 왠지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되게 노동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셰프라고 하면 우아하게 플레이팅하는 멋진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이나 ‘근거’라는 말 대신에 이젠 누구나 ‘팩트’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팩트’라고 하면 ‘사실’이나 ‘근거’보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나 의견이 객관적인 느낌을 더 강하게 주는 동시에 전문적이고 지적인 의미가 포함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카페’를 칭하는 고유어인 ‘찻집’이라는 말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고, ‘창업지원사업’ 대신 생소한 ‘인큐베이팅’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아파트만 해도 이름에 외국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듯하다. 이름만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착각할 정도로 너도나도 외국어로 표기하고 있다. 도심 거리마다 늘어서 있는 간판도 우리말 간판은 아예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외국어가 지나치게 범람하고, 외국어 공해가 이제 그 도를 넘어섰다. 우리가 과연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지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말이 설 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든다. 우리말과 우리글이 세계적으로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는다고 내세우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이처럼 국민에게 푸대접받고 냉대당하고 있다. 말과 글을 잃는 것은 곧 민족의 정신과 혼을 잃는 것임을 우리는 지난 일제 강점기에 뼈저리게 경험한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은경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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