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과학적 근거 없어…방사성 물질 방출 등 부작용 위험"

시중에 판매되던 침대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음이온 제품 전반으로 유해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제조업체인 대진침대는 음이온을 발생시키기 위해 천연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 가루를 매트리스 커버와 스펀지에 넣었고 이것이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을 방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은 "'라돈 침대' 사태는 대진침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퍼져있는 음이온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며 "음이온 생활제품에 대한 전반적 실태조사와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음이온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나 분자가 음의 전기를 띠고 있는 전자를 추가로 가져 전체적인 전기 성질이 음인 상태를 의미한다.

1990년대 일본에서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음이온 방출 기능이 여러 제품에 적용됐다.

음이온 열풍은 국내에도 상륙해 팔찌, 목걸이, 팬티, 생리대, 소금, 화장품, 마스크,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업체들은 음이온이 자율신경 조절에 따른 긴장완화, 신진대사 촉진, 항산화 작용, 혈액 정화 작용, 면역력 증진, 통증 완화 작용 등 건강에 이로운 각종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광고한다.

도심보다 음이온이 많은 숲 속이나 폭포수 근처에서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음이온 효과의 근거로 들기도 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자료에 따르면 도심의 공기 중 음이온 수는 1㎤ 당 0~150개지만, 숲 속에는 1㎤ 당 1천~2천개, 폭포수 근처에는 1㎤ 당 1만~2만개의 음이온이 존재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주장이 근거 없는 '사이비 과학'이라고 일축한다.

상온에서 1㎤의 부피에 들어있는 공기 분자의 수는 3천경개에 이른다.

음이온 제품이 수천~수만개의 음이온을 방출하더라도 공기 분자 수에 비하면 극미량에 불과해 소용이 없다는 것이 화학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방출된 음이온은 금세 사라져버린다.

상온의 기체 상태에서 음이온과 양이온은 극도로 불안정해 순식간에 달라붙으며 전기적으로 중성인 물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음이온이 일시적으로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상온의 기체에는 음이온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폭포수 근처에 존재한다는 1㎤당 1만~2만개의 음이온 수도 공기 분자 수에 비하면 의미 없는 수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음이온이라는 것은 특정 물질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나 분자는 특정한 상태에서 음이온이 될 수 있다"며 "음이온이 일반적으로 인간의 몸에 좋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음이온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다룬 신빙성 있는 논문도 찾기 힘들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 작성한 '2017년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사업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 등록된 국내 의학연구기관의 논문 중 음이온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다룬 논문은 한 건도 없다.

업체들이 음이온의 효능에 대한 논문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논문으로서 최소한의 규범도 지키지 않고 내용도 비과학적인 '가짜 논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음이온 제품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반면, 라돈 침대 사태에서 보듯 부작용의 위험이 상존한다.

음이온 제품들은 주로 모나자이트 등 방사선을 내뿜는 희토류 광석을 원료로 사용해 음이온을 발생시킨다.

이 경우 라돈 같은 유해 물질도 함께 방출될 수 있다.

또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음이온 제품 75개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모나자이트 등 희토류를 사용한 음이온 제품에서 방사선이 방출된다는 결론이 도출됐고, 음이온 방출량이 많을수록 방사능 농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이들 제품의 방사선 피폭량은 허용기준치 이하였다.

2014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당시 미국에서 팔렸던 팔찌 등 음이온 제품들에 대해 화산재, 티타늄, 게르마늄, 모나자이트 가루 등을 포함하고 있어 방사능을 방출할 수 있다며 만약 이런 제품을 갖고 있다면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음이온 제품 중에는 전기를 흘려 공기 중에 있는 산소를 분해해 음이온을 만드는 제품도 있다.

공기청정기와 같은 전자제품에 주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산소가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쪼개졌다가 다시 합쳐지는데 그 과정에서 오존이라는 유해물질이 생긴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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