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재계와 긴밀한 협의 필요…우수사례 발굴·홍보해야"

세계적 노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프리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5일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부작용이 분명 발생하지만 도입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밝혔다.

프리먼 교수는 이날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목적은 근본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자국민의 일자리를 몰아내려는 곳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리먼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들이 24일부터 이틀간 개최하는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국제콘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미스매치 등 한국의 고용 현실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발달에 따른 일자리 대체, 소득 감소 등의 현상에 대해서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들고 외식비 등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비판에 그는 "이런저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각국 사례로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예상보다 작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일부 계산 착오를 할 수 있는데, 피해를 본 일부에 응급조치나 지원 방안을 충분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방안이 된다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프리먼 교수는 "재계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야 하고 근로시간 단축 우수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홍보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어떤 조치를 할지 살펴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고용 부진은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프리먼 교수는 "경기 둔화가 경제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거기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에 초점을 맞추면 젊은층의 고용 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조심스럽지만, 전통적으로 관광분야는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직업 전선에 있는 젊은 층이 뛰어들기 용이한 분야"라며 관광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관련, "단순히 일자리 늘리기에만 초점을 두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충하는 것은 최상의 전략은 아니다"라며 "어느 분야에 어떻게 인력을 확충할 수 있을지 면밀히 살펴보고 슬기롭고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AI의 발달로 일자리가 대체된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데에도 그는 "그런 우려를 속단하기엔 이르다"며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AI가 발달해 컴퓨터, 로봇에 잡다한 업무를 맡기면 인간은 재훈련, 재교육하는 데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 정책의 성패는 정책의 수혜자가 얼마나 확대되는지에 달렸다고도 밝혔다.

프리먼 교수는 "자본주의는 더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성공했다"며 "혁신을 도모하려는 재정지출 확대 정책도 수혜자 폭이 어느 정도 확대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혁신은 이론상으로 모든 사람이 수혜를 본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일부 기업, 해당 분야 종사자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소상공인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현재 각국 정부에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가 이익을 공유한다든지, 기업에만 국한되던 소유권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