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소·막사·생활건물 등도 연쇄 폭파…북미정상회담에 청신호
정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번째 조치" 평가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해 비핵화 조치의 첫걸음을 선제적으로 내딛음에 따라 내달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께까지 핵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구어 버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오전 11시께 남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등 5개국 취재진이 풍계리 현장에 도착한 직후 폭파하는 행사를 했다"고 밝혔다.

핵실험장 갱도 폭파는 오전 11시 2번 갱도를 시작으로 오후 2시14분 4번 갱도, 오후 4시2분 3번 갱도 순으로 이뤄졌다.

이번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에 참여한 외신들도 폭파 소식을 일제히 타전했다.

AP통신은 북한이 외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 시간에 걸쳐 폭파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아시아 특파원 톰 체셔는 "우리는 산으로 올라가 500m 떨어진 거리에서 폭파를 지켜봤다"면서 "그들은 셋, 둘, 하나 카운트다운을 했다.

큰 폭발이 있었고,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지와 열기가 밀려왔고, 대단히 큰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폭발 당시 나무로 만든 관측소가 산산조각 났다고 체셔는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이번 참관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전례없을 정도로 상세하게" 브리핑을 했다고 체셔는 전했다.
아울러 북한이 다섯 차례 핵무기를 시험한 갱도를 보여줬는데, 입구에는 연극 무대장치처럼 여기저기 전선이 걸려있었다고 묘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북한 외무성 공보를 인용해 "북한이 폭파 방식으로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폭파했고, 갱도 입구를 완전히 봉쇄했다"면서 "지상의 관측 설비와 연구소, 경비 부대 건물 등을 철거했다"면서 "또 경비인원과 연구원들을 철수시키고 완전히 핵실험장 주변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북한의 핵무기 연구소 등 관련 기관에 대해서도 모든 업무 조치를 마쳤다"면서 "이를 통해 핵실험 중단을 투명하게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관영 뉴스전문 채널 RT는 북한 핵무기연구소가 이날 직원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떠나고 있으며, 이제 그곳에서 핵실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풍계리 지역은 맑은 날씨로 밤부터 내일 오전까지 소나기가 올 것으로 예고돼 25일까지 폐기행사를 하기에는 최적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핵실험장 갱도 뿐 아니라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발표한 대로 지상의 관측설비와 연구소, 경비건물 등을 폭파방식으로 철거함으로써 시설을 완전히 폐기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지켜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한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번째 조치임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에 대해 "비핵화와 관련된 첫 번째 조치"라며"이번 조치가 추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모두 6번에 걸쳐 핵실험이 치러졌다.

풍계리는 해발 2천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이뤄져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핵실험의 최적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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