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저효율' 구조에 일침

인건비 낮은 中·동남아에 밀려
4년째 해양플랜트 수주 '제로'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사진)은 지난 23일 “인건비가 우리의 3분의 1 수준인 해외 경쟁 업체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낮춰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고임금·저효율 구조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사장은 이날 ‘해양사업본부 임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7월 말 나스르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양 야드(작업장)의 일감이 바닥난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따낸 나스르 프로젝트 이후 4년째 신규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다. 당장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설계 기간만 1년 이상 걸린다. 다음달 말부터 3665명에 달하는 해양사업본부 임직원 전체가 유휴 인력이 되는 것이다.

강 사장은 “그동안 일감 확보를 위해 여러 프로젝트의 수주에 참여했으나 중국 싱가포르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밀려 매번 수주에 실패했다”고 했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발주한 토르투 해양플랜트 사업을 지난달 중국 코스코에 빼앗긴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엔 동남아시아 노동자를 영입해 원가를 낮춘 싱가포르 샘코프마린에도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는 “토르투 공사는 우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유럽 엔지니어링업체가 제작비가 싼 중국 업체와 손을 잡고 계약을 따내 더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웃돌면서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강 사장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셰일유전 개발 확대로 과거와 같은 고유가 시대는 다시 찾아오기 힘들다”며 “원가를 낮춰야 일감을 확보하고, 우리 일터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이달 24일까지 올해 수주 목표액(287억달러)의 29.8%인 85억7100만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올해 수주 목표를 73억달러로 내건 대우조선해양이 26억1000만달러(22척)를 수주하며 빅3 가운데 가장 높은 35.7%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들은 목표액(132억달러)의 33%인 43억6100만달러(54척)를 수주했다. 맏형격인 현대중공업은 9억2300만달러(10척)의 일감을 따내 현대삼호중공업(27억8100만달러·25척)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16억달러(14척)를 수주해 목표액(82억달러)의 19.5%에 그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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