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다롄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가진 뒤 상황이 돌변했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면서 “미·북(美·北)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핵 폐기’에 적극적이었던 김정은의 태도가 바뀌었고, 이로 인해 협상이 꼬이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다롄 회담’ 이후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양국 접경지역인 단둥에선 교역이 활발해지고, 중국으로 입국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북한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원유 공급량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유엔의 대북 제재를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단속의 강도만 조정해도 충분히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자신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미국과 북한 간 핵 문제가 일괄 타결될 경우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축소 등을 우려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지렛대로 활용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유가 무엇이건,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국의 지원 약속 때문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미·북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물론 한반도가 다시 전쟁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에도 큰 악재다. 중국은 북한과 혈맹임을 표방하는 한편으로 한국과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천명했다. 그런 중국이 북한과 밀약을 맺고 ‘배후영향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내세워 온 한국과의 선린우호관계는 번지르르한 구호일 뿐, ‘사회주의 형제국가’ 북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초록은 동색’ 관계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어서다. 중국이 6·25전쟁 당시 북한을 도와 대한민국을 유린했던 적(敵)이었음을 되새기게 하는 불행한 사태는 없어야 한다. 중국이 그들의 주장대로 유엔 제재를 충실히 지키고 있다면, 오해받을 행동을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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