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으로 'CVID-체제보장' 일괄타결 기조 확인
문대통령, 北 강경기류에 대한 美 거부감·불신 해소 주력
트럼프와 원팀 강조하고 北 비핵화 의지에 신뢰 표하며 중재
"'구체적 비핵화 이행방안' 협의 부족… 반쪽 성과" 평가도
트럼프 "회담 안 열릴 수"… 북한 결단 압박하는 의미 해석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마쳤다.

이번 만남은 6월 12일로 잡힌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려, 북미 간 중재역을 마다치 않는 문 대통령이 양국의 비핵화 담판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됐다.

특히 북한이 최근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이에 맞물려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북 불신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개최되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 점에서 두 정상이 회담 후 내놓은 합의는 일단 긍정적 시그널로 읽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체제 불안 해소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간 실질적·구체적 비핵화와 체제안전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도 회담에서 강조했다.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만 이게 북미 대화의 큰 판을 깨려는 차원은 아니며, 북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두고 북미 간에 밀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윤 수석의 이 브리핑이 나오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한층 명료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도입부에 가진 기자 문답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하면 정권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한국처럼 경제적 번영을 이루도록 대폭적 지원에 나설 뜻을 밝혔다.

비핵화 방식에 대해선 "일괄타결이 좋다"며 "완전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더 낫다.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번에 일괄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빠르게 CVID 방식으로 일괄타결하고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의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음을 분명하게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룸과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에도 수교하는 등 정상적 관계를 수립해내실 것으로 확신한다"고까지 말했다.
또 "그건 세계사에서 엄청난 대전환이 될 것이며, 그 엄청난 대전환의 위업을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저도 거기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 "안 열려도 괜찮다"라고 말해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망 자체를 흔드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비록 조건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연기 또는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원하는 어떤 조건들이 있고 그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것으로 생각한다"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맥락을 고려할 때 회담 연기나 취소를 말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즉, 자칭 거래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태도를 고려할 때 성과 없는 회담은 안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북한에 전향적 태도와 결단을 분명하게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 쪽에 가까웠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동맹에 기반을 둔 '원팀'을 앞세우며 중국에 밀착하는 북한에 비견되는 모습도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에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됐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 평화라는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수십 년간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을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내시리라 저는 확신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나아가 "한국과 한반도 운명과 미래에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므로 저도 최선을 다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돕고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미 외교안보팀의 두 핵심 인사에게서 북한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씻어내는 데에도 에너지를 집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많은 사람이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기만당했다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나 이번은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를 공언하고 체제 안전과 경제발전을 희망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대상으로 협상한다는 점에서 이전 협상과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방식은 물론 체제안전보장의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여전히 북미정상회담의 난기류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듯한 태도를 보인 것 역시 문 대통령의 살얼음판 중재 가능성을 예상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만, '양쪽이 생각하는 비핵화 구체적 방법론이 다 나온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 단계에서 무엇을 하고 저단계에서 무엇을 하고 하는 논의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그래도 충분히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