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비난 여론 들끓자
與 "항공시장 진출 문턱 낮추겠다"

LCC 진입 가로막았던 항공법
여당 '과당경쟁 우려' 삭제 추진

법개정 외면하더니 2년만에 손질
항공산업 발전 골든타임만 놓쳐
여당이 철옹성 같은 국내 항공시장의 신규 진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 항공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 모호한 항공법을 근거 삼아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항공사의 밥그릇을 지켜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잇따르자 2년 만에 법안을 손질하는 셈이다. 하지만 ‘갈지(之)자 법안’에 골든타임을 놓친 항공산업만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 위한 ‘협조 요청’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법안 발의를 위해서는 의원 10명 이상이 서명해야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내항공운송사업과 국제항공운송사업의 면허 기준에서 ‘사업자 간 과당 경쟁 우려가 없을 것’이란 내용을 삭제하는 것이다. 2016년 항공법 개정 당시 신규 사업자 면허를 심사하는 기준으로 넣은 ‘과당경쟁 우려’라는 표현을 다시 없애자는 취지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국적사 간 과당 경쟁 우려가 크다”며 플라이양양과 에어로K가 신청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반려했다. 과당 경쟁이라는 표현이 기존 업체를 보호하는 명분일 뿐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국토부는 항공법을 근거 삼아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았다.
변 의원은 “‘과당 경쟁 우려’는 자의적인 판단의 여지가 크고 면허권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허용한다”며 “기존 사업자를 과도하게 보호하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국토부가 과당 경쟁을 이유로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저비용항공사(LCC)의 면허 신청을 잇달아 반려했다”며 “국토부가 3년 전 대기업 계열사의 LCC 면허 심사에서 최근 5년간 과당 경쟁 염려가 없다고 판단해 면허를 승인한 것과 대조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 대주주가 ‘갑질 논란’에 휩싸여 비난 여론이 거센 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현행법이 공정한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하고 있어 법안 발의 시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추진하는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과제’ 41개 중 하나로 LCC 진입 규제 강화를 다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던 국회가 대한항공 비난 여론에 편승해 뒤늦게 나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아무 근거 없이 ‘과당 경쟁 우려’를 법안에 포함한 정치권이 지난 2년간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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