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필요" 말하니 쪽지 수십 개… 현금 유혹도

회비 1만5천원 카드 만들면
10만원 쏴주겠다며 접근
홍보글도 한 시간에 100개

본인 수당 60% 넘게 쓰며
모집인 실적 올리기 급급

금감원 "개인정보 악용 우려
보이스피싱에 노출 가능성"

“연회비 1만5000원짜리 신용카드를 만들면 당일 바로 10만원 쏴 드립니다.”

2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한 시간 새 100개 넘게 올라왔다. 이보다 비싼 연회비의 카드를 만들면 더 많은 현금을 주겠다고 했다. 이곳엔 이 같은 신용카드 모집글이 매일 수백 개가 올라온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는 온라인으로 회원을 모집한다 하더라도 연회비 범위에서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연회비 1만5000원짜리 카드라면 1만5000원을 넘게 지급해선 안 된다. 오프라인의 경우 이 비율이 연회비의 10%를 넘을 수 없다.

◆카드 불법 모집 온라인에서 극성

몇 년 전 논란이 된 신용카드 불법 모집이 최근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이날 KB국민카드 모집인이 올린 ‘저보다 더 주는 곳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클릭해서 관심 있다고 댓글을 남기자 1분 만에 종류별 카드 명단과 연회비, 발급 시 제공되는 현금 액수 등이 적힌 쪽지가 왔다. 연회비 1만5000원짜리면 10만원을, 연회비 5만원짜리는 14만원을 준다고 했다. 신청하려면 이름, 연락처, 원하는 카드명, 이메일, 직장명을 답장으로 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지원금을 ‘별(★) 개수’로 바꿔 부르는 곳도 있었다. 삼성·신한·롯데카드 등은 별 10개, 11개, 14개 등을 제공한다고 했다. 별은 개당 1만원을 뜻한다. 지인 소개 시엔 한 명당 별 1개를 준다고 했다. 불법 모집 와중에도 마케팅 경쟁이 벌어졌다. 현대·우리카드는 카드 수령 당일 지원금 입금을 약속했다. 한 모집인은 심사 전화만 받으면 바로 입금한다고 홍보했고, 같은 조건에 본인보다 많은 지원금을 주는 모집인이 있으면 1만원을 더 주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모집인이 과다 지원금 지급”

이런 지원금은 카드사가 제공하는 게 아니다. 카드 모집인이 주는 것이다. 모집인 수당이 건당 13만~15만원가량 나오는데 이 중 3분의 2를 모집비로 사용하는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누적 건수가 많을수록 카드 모집인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가능하다. 일부 카드 모집인은 한 건이라도 더 확보하겠다며 온라인에 수시로 글을 올리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한다.

카드사들도 이 같은 불법 모집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불법 모집이 적발되면 카드사도 책임져야 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카드사가 카드 모집인의 불법 모집에 대해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불법 모집을 한 카드 모집인에겐 건당 1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난해 불법 모집으로 과태료를 낸 카드 모집인은 504명에 달한다.

적발을 피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도 생겨났다. 카드 모집인은 이용자에게 “뭐 받았는지 물으면 없다고 답하라”는 식으로 귀띔해놓는다. 지난해부터 카드 발급심사 때 불법 모집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의무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집인과 이용자가 입을 맞추면 불법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도 단속의 한계를 인지하지만 당장은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모집을 모두 단속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카드사에 모집인 교육 강화 등을 주문하면서 더 효과적인 대응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선 불법 모집에 제공되는 개인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락처, 직장명까지 담겨 있어 보이스피싱, 사기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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