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弗 투자…올해 말 완공

축구장 152개크기 루이지애나 공장
美 셰일가스 원료로 내년 생산
2년 前 남들 꺼릴 때 선제적 투자
유가 올라 "매년 5억弗 이익낼 것"

(1) 美 공장 (2) 일자리 (3) 제품 수출
트럼프가 원하는 조건 모두 갖춰
준공식때 트럼프 '깜짝 참석' 기대

올 연말 완공되는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에틸렌 공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6년 6월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의 소도시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354,00015,500 -4.19%)의 에탄크래커(분쇄) 및 에틸렌글리콜(EG) 생산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6월10일)이 이뤄진 직후였다. 어수선한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이 현장을 찾은 건 화학 분야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약 5개월 뒤 미국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통상 압박이 거세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30억달러에 이르는 롯데의 미국 투자계획은 점차 잊혀져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 공장이 양국 간 투자 협력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시하는 △미국 내 공장 건설 △일자리 창출 △생산제품 수출 등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서다.

◆30억달러 투자…연말 완공

롯데케미칼이 건설 중인 생산공장은 2016년 6월 착공돼 올해 말께 완공을 앞두고 있다. 투자액만 30억달러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미국 투자 중 최대 규모다. 축구장 152개 크기인 100만㎡ 부지에 들어서는 이 공장은 중동의 오일이 아니라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한국에서 제작한 설비를 일정하게 잘라 선박으로 실어온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해 공기를 줄일 수 있었다. 롯데는 직간접적으로 2600여 명을 고용하는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에탄 분쇄를 통해 연 10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한다. 에틸렌 매출만 연간 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G 공장에선 연 70만t을 생산해 섬유업체의 원료로 공급한다. 롯데는 루이지애나 공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다시 현지에 투자해 글로벌 사업역량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방침이다.

◆경쟁사 포기할 때 사업 지속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미국 투자는 화학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신동빈 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미국 투자 검토를 시작한 2013년만 해도 높은 유가와 제품 가격으로 셰일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롯데의 에탄크래커 사업은 유망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착공을 앞둔 2014년부터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저유가로 셰일가스 생산이 잇따라 급감한 탓에 에탄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미국 내 7개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됐지만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유가가 수년 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남들이 꺼릴 때 지속한 투자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한 요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저유가로 경쟁사들의 투자가 뜸해지는 시점에 사업을 시작한 만큼 공장 건설을 위한 철강 등 원부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조달할 수 있었다. 인건비도 상당히 줄어 총 투자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롯데는 현재의 유가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부터 가동되는 루이지애나 공장에서 연간 5억달러 이상의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유가로 셰일가스 생산 붐이 다시 일고 있는 만큼 미국 공장의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준공식 참석 기대”

산업계 일각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의 미국 투자 사례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삼성 LG 롯데 등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지렛대로 삼아 양국이 강력한 경제협력 파트너라는 사실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말 예정된 준공식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010년 7월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열린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해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업계 선두주자’라는 사실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같은 해 9월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가 참석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한국 기업의 단일 투자로는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롯데케미칼 공장 준공식에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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