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내각과 청와대 경제팀이 경기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는 게 문제”라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의 초입 국면에 있다”고 한 자신의 주장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월별 통계를 갖고 판단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고 응수하자 내놓은 말이다.

이들의 논쟁에 처음 불을 붙인 건 3, 4월 생산·투자·수출 등의 지표와 2월 경기선행지수였다. 전월에 비해 3월 광공업 생산은 2.5% , 산업생산은 1.2%, 설비투자는 7.8% 감소했다. 4월 수출도 1.5% 줄었다. 경기선행지수도 6개월 이상 추세적으로 하락해 지난 2월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를 놓고 김 부총리는 “산업동향은 광공업생산을 제외하면 추세상 나쁜 흐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기 악화 경고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제조업 가동률도 70.3%로 9년 만에 최저치다. 국내 가계부채는 1500조원을 돌파해 경제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부상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금리 인상, 유가 상승 등으로 대외여건도 좋지 않다.

상황이 이러니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 1년 성과를 묻는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경제분야에서 ‘잘했다’는 평가가 47%로 바닥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고용지표의 부진은 최저임금과 관련이 없다”고 현장과 동떨어진 얘기를 했다.

정부 내 경제팀의 갑론을박을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논쟁을 거쳐 제대로 경기를 인식하게 된다면 다행일 것이다. 경제에 대한 과도한 처방도, 미진한 처방도 바람직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나오는데 귀를 막고, 자기 입맛대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국민도 기업도 심지어는 정부 내에서조차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내각과 청와대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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