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 여당이 소액주주권 강화 취지를 내세워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기업 경영권 방어장치를 담은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다.

여당은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에게 소송할 수 있게 한 것)와 집중투표제(주주가 선임이사수만큼 투표권을 갖고, 특정인에게 몰표를 줄 수 있는 것) 의무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윤 의원의 상법개정안(일명 ‘엘리엇방지법’)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적대적 M&A가 발생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회사 신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 도입 등이 담겼다.
우려스런 것은 기업 사활이 걸린 법안에 대해 여야 간 ‘빅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은 지난해 제출된 권성동 한국당 의원 방안에 비해 윤 의원 안이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포이즌필만 하더라도 권 의원은 이사회 결의로 도입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윤 의원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발행주식수 3분의 1 참석과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추가했다.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하기 쉽지 않아 ‘무늬만 포이즌필’이란 지적도 나온다.

여야가 전자투표의무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라지만, 외국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공격에 활용될 수 있는 제도들이기 때문이다. 순환출자가 해소된 상황에서 이런 제도들이 도입되면 우리 기업이 받는 역차별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겉으론 ‘경영권 보호’를 외치는 한국당이 왜 이런 법안들에 동조하는지 설명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뿐만 아니라 황금주(소수 지분으로 회사 주요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주식)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책을 보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금 국회가 할 일은 여야 의견을 적당히 절충한 ‘무늬만 엘리엇방지법’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외국계 투기세력으로부터 국부 유출을 막을 제대로 된 ‘방패’를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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