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웹툰 수출산업으로 뜨다

배승익 배틀엔터테인먼트 대표
中 10代, 모바일 결제 한국보다 익숙
현지화가 관건…연말까지 50편 수출

“올해는 중국에서 웹툰을 유료화하는 원년입니다. 3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서 준비해온 게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배승익 배틀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는 “중국 웹툰시장은 초기지만 연간 5000억원 규모의 한국 시장을 곧 추월할 전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10대들은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결제하는 것에 한국인보다 훨씬 자유롭고 익숙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배 대표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한 뒤 게임업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미국법인장을 거쳐 2013년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국내에서 매월 100만 트래픽 이상을 기록 중인 웹툰 플랫폼 배틀코믹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 상하이에 법인을 세워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그는 현지법인 임직원 20명을 모두 중국인으로 구성해 중국 웹툰 1위 플랫폼 콰이칸과 2위 텐센트 등에 한국 웹툰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규제 때문에 플랫폼 자체를 수출할 수 없어 현재는 콘텐츠만 수출하고 있다.

“수출 건수가 2016년 전무했지만 지난해 10편으로 늘었습니다. 올 들어서는 4월 말까지 20편을 수출했고 연말까지 50편으로 늘린다는 목표입니다. 미니멈 개런티(최소 수익 보장)와 판매 실적에 따라 수익을 추가로 나눠받는 러닝개런티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계약하고 있습니다.”

배 대표가 수출한 한국 웹툰 ‘아주 굉장한 밴드’는 지난해 중국에서 약 2개월 만에 1억 뷰를 돌파했다. 한국 웹툰으로는 최단 기간 1억 뷰 기록이다. 5명의 고교생이 밴드활동을 하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스토리다. ‘애니는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닙니다’도 색다른 설정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단순 수출뿐 아니라 성공한 웹툰을 영상화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아주 굉장한 밴드’는 100억원 규모의 20~30부작 웹드라마로 제작하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 중입니다.”

중국 사업의 성패는 현지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아주 굉장한 밴드’를 드라마로 제작할 때는 고교생 주인공을 대학생으로 바꿀 계획이다. 드라마에서 고교생은 키스가 금지돼 있는 등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또 경찰이 한국에서는 배신자와 스파이, 타락한 범죄자로 그려질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항상 옳은 일을 집행하는 보안관으로만 그려져야 한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10대 아르바이트생 캐릭터도 중국에서는 거의 없는 직업이라 주인 아들로 설정을 바꿔야 하는 식이다.

배 대표는 웹툰 수출을 3단계 전략으로 추진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1단계가 한국 웹툰을 단순 번역해 수출하는 것이라면 2단계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기획물을 마련하고, 3단계는 현지와 협업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큰 줄기의 시나리오를 쓴 뒤 중국인들이 현지 실정에 맞게 수정하는 식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플랫폼과 작가들이 정산 문제로 다투느라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측 간 갈등을 해소하려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독자가 콘텐츠를 보기 위해 지급한 금액을 투명하게 정산해 작가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이죠.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머지않아 갈등이 해결될 것입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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