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곡·세곡동 일대 단독주택지

쟁골·못골·은곡마을 등 5곳
3.3㎡ 땅값 2000만~3000만원

70대 떠나고 40~50대 사들여
신축·리모델링…새 건물로 변신

서울 강남구 대모산 품속에 자리잡은 전원마을에서 최근 40년 된 낡은 주택이 새집으로 잇따라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은 자곡동 못골마을의 단독주택 모습. /김형규 기자

18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남쪽 자락에 자리잡은 은곡마을. 서울에서 드물게 전원생활이 가능한 이곳에선 40년 가까이 된 노후 주택을 철거하고 단독·다가구주택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여기저기서 이뤄지고 있었다. 그동안 화훼·농가주택 등으로 쓰던 건물들이 세련된 건축물로 변신하고 있었다. 은곡마을에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낡은 주택이 많다. 경기 양평 등으로 멀리 떠나지 않고 서울에서 전원생활을 누리려는 중년층이 원주민에게 이런 집을 사들여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단독주택 신축 활발

강남구 자곡동, 율현동, 세곡동의 단독주택 마을은 서울에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거 지역이다. 대모산을 끼고 띄엄띄엄 다섯 개 마을이 들어서 있다. 이들 마을은 1980년대 취락구조 개선 사업으로 조성됐다. 2000년대 이후 인근에 강남보금자리지구 세곡지구 등 택지지구가 들어서면서 과거의 전원 정취는 많이 사라졌지만 전원생활을 원하는 이들의 이주가 꾸준하다.

매매가격은 지하철 3호선·SRT(수서고속철도) 수서역과 가까운 순으로 비싸다. 수서역세권 맞은편에 있는 교수·쟁골마을은 토지가격만 3.3㎡(평)당 3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나머지 마을 주택의 토지는 3.3㎡당 2000만~3000만원 선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못골마을, 방죽마을, 은곡마을 순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대부분 대지 330㎡에 건물 면적 198㎡ 안팎이다.

이 마을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한 70대 원주민은 지방으로 내려가기 위해 집을 매물로 내놨다. 매물은 마을마다 4~5건 나와 있다. 이를 40~50대 매수자가 사들인 뒤 새 건물을 짓는 것이다. 변화가 가장 활발한 곳은 은곡마을이다. 1980년대 중반 집이 지어진 다른 마을과 달리 1970년대 후반부터 집이 들어서 가장 많이 낡은 영향이다.

신축이 활발해지면서 노후 단독주택 시세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땅값이 3.3㎡당 180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2000만~2500만원대다. 3년 전에는 3.3㎡당 1500만원에 불과했다. 은곡마을에는 400여 가구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은곡마을 인근에 새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도 연령층이 낮아지는 원인 중 하나다. 한때 은곡마을의 일부였던 마을 맞은편 주택들은 롯데마트, 이마트24, 음식점 등으로 변신했다. 세곡동 푸르지오공인의 홍호영 대표는 “건물 나이도, 거주층 나이도 계속 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곡동 못골마을과 율현동 방죽마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부 일어나고 있다. 30년을 넘은 주택 몇 채가 신식 단독·다가구주택으로 바뀌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이 일대도 은곡마을처럼 신축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물은 4~5건 나와 있다. 율현동 방죽공인의 김홍옥 대표는 “거주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한 번 구매하면 최소 10년은 살다 나간다”고 전했다.

못골마을은 교육 여건이 좋은 까닭에 젊은 부부도 많이 거주한다.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이 마을 입구에 있다. 자곡초, 풍문고는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세명초, 세곡중도 가깝다. 세명초와 자곡초는 혁신초등학교다. 혁신초는 한 학급당 25~30명, 학년당 5학급 이내의 작은 학교로, 학생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해 지정했다.

◆수서역세권 개발 호재

교수·쟁골마을 일대엔 수서역세권 개발 특수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주택·토지 매물을 구하곤 한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한두 건에 그치지만 매수 대기자가 수두룩하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근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토지에도 매수세가 붙고 있다. 향후 개발될 가능성도 있고, 땅값도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에서다.

교수·쟁골마을은 산에 둘러싸여 있고 입구에서 안쪽으로 꽤 많이 걸어야 하는 까닭에 전원주택 느낌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쟁골마을에 진대제 전 장관이 45억원 규모로 주택을 짓고 있는 것 외에 신축되는 단독·다가구는 거의 없다. 자곡동 자곡공인의 박병석 대표는 “그린벨트가 풀릴 것을 기대한 투자자가 많지만 개발이 허용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매도자들은 70대, 매수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40~50대”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